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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전염병 보도 허가 받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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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중국이 언론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민감한 정치 사안은 물론이고 앞으로는 전염병이나 사회안전과 관련된 사건도 당국의 사전 허가 없이 보도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회는 25일 보도 통제 내용을 담은 '돌발사건 대응법안'을 공개했다. 국무원 법제처가 지난 2년간 여러 차례 수정을 거듭해 마련한 법안인데, 이르면 연내 시행될 예정이다.

법안에 따르면 중국 언론은 앞으로 자연재해와 사고재난.공공위생.사회안전 등 네 가지 분야의 기사는 정부 발표만 기사화하도록 의무화했다. 독자적인 취재 후 보도할 경우에는 반드시 당국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했다.

예컨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이나 조류인플루엔자(AI)와 같은 전염병 기사나 지난해 지린(吉林)성 화학공장 폭발사고로 인한 쑹화(松花)강 오염 사건 같은 기사는 정부 발표만 보도하라는 것이다. 또 이런 사건에 대한 독자적인 취재도 금지했다. 이를 어길 경우 5만~10만 위안(약 600만~12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하고,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되면 보도한 기자를 구속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중국 정부는 사회적으로 예민한 기사를 보도한 경우 해당 언론사나 기자를 부패 등 다른 혐의로 걸어 정간조치를 하거나 사법처리해 왔다. 실제로 2003년 중국 내 사스 발생을 특종보도했던 광둥(廣東)성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 기자는 2004년 부패 혐의로 체포돼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다.

당국의 이런 법안에 대해 중국 네티즌들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25일과 26일 중국의 포털인 써우후(搜狐)와 시나닷컴에는 수백 명의 네티즌들이 "언론자유를 후퇴시키는 악법"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홍콩 침례대학의 두야오밍(杜耀明) 교수는 "돌발사건 대응법안은 언론자유를 명시한 중국 헌법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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