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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평화, 한민족에 절실", 나경원 "종전선언 미군철수 위험"

중앙일보

입력

문희상 국회의장이 11일 워싱턴 애틀랜틱 카운슬에 열린 전문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이광조 JTBC 카메라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11일 워싱턴 애틀랜틱 카운슬에 열린 전문가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이광조 JTBC 카메라기자]

5ㆍ18 유공자에 대한 망언 논란으로 공방 중인 여야가 워싱턴에서 하노이 2차 북ㆍ미 정상회담에 서로 다른 주문을 쏟아냈다. 여당은 비핵화와 대북협력, 평화정착의 동시ㆍ병행을 강조했지만 야당은 남북관계 속도와 종전선언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야 5당 국회 대표단의 동행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주영 국회부의장을 포함한 한국당 방미단을 별도로 꾸리기도 했다.

[5ㆍ18 이어 하노이 회담 워싱턴 대결] #민주 "북, 외국 투자 원해 제재 완화 요구" #한국 "영변 폐기, 개성·금강산 재개 안 돼" #문 의장 "비핵화·대북협력 동시·병행돼야"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한국전 참전비 헌화에 이어 존 설리번 국무장관과 면담으로 국회 대표단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문 의장은 애틀랜틱 카운슬 주최 한반도 전문가들과 간담회 공개 발언에서 “북핵 포기의 진정성과 관련해 지금 김정은 위원장을 신뢰한다고 하긴 어렵지만 중요한 건 김 위원장이 다른 길로 갈 수밖에 없도록 하는 북한의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역할은 북이 핵을 포기할 때는 분명한 대북지원 능력과 의사가 있다는 진정성을 미리 보여줘서 핵 포기 결단을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핵화와 무관하게 남북관계를 일방적으로 진전시키려는 건 절대 아니다”라며 “비핵화 때는 ‘한반도 신경제구상’ 등 포괄적 대북협력이 가능함을 제시해서 비핵화를 촉진하고,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 목표는 견지하되 이행상의 동시ㆍ병행적인 단계적 합의 측면이 조화롭게 추동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11일 워싱턴 전문가 간담회에서 발언을 듣고 있다.[이광조 JTBC 촬영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11일 워싱턴 전문가 간담회에서 발언을 듣고 있다.[이광조 JTBC 촬영기자]

참석자들에 따르면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종전선언에 대해서 입장차를 분명히 했다.
이 대표는 “한반도 평화는 우리 민족에겐 절실한 문제이지만 미국엔 선택의 문제”라면서 “당사자인 우리의 입장을 미국이 좀 더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진전과 종전선언에 보다 무게를 실은 발언이다. 그는 "북한도 세대교체가 이뤄졌고, 장마당 활성화로 달라지고 있다"며 "북한이 경제특구를 준비해놓고 외국인 투자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제재 완화를 강하게 요구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여기에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 의장이 ‘만절필동(萬折必東:황허는 만번 굽이쳐도 결국 동쪽으로 흐른다)’과 ‘호시우행(虎視牛行)’이라는 두 개의 사자성어로 낙관론과 비관론을 설명한 데 “자유한국당의 입장은 호시우행”이라고 말했다.
나 대표는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속도보다 평화 추진 속도가 지나치게 빨리 갔을 경우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결과가 올 수 있다”며 “특히 종전선언이나 비슷한 내용이 포함될 경우 실질적으로 주한미군 철수, 한미 군사훈련 중단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매우 크다는 목소리를 미국에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당은 "영변과 같은 제한적인 핵시설 폐기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로 보상하는 건 맞지 않다"고 반대했다.

나 대표는 앞서 설리번 부장관과 면담에서도 “문재인 정부 얘기만 듣지 말고 한국의 보수의 목소리도 들어야 결국 정상회담의 정당성을 더 많이 얻을 것”이라고 전했다고 한다. 12일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과 면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에서 북한의 핵 동결에 한미 군사훈련을 추가 중단하는 나쁜 합의를 할 수 있다는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전달할 예정이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여야의 정반대 전망은 2020년 대선 경쟁을 이미 시작한 미 의회의 반응과도 닮은꼴이다. 한 소식통은 “스티브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지난해 싱가포르와 달리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영변 폐기를 넘어선 구체적 합의를 추진하고 있는 데 따라 상반된 반응이 나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비건 대표는 북한의 김혁철 미국 특별대표와 평양 실무협상을 마친 뒤 서울에서 “의제를 미리 공개할 수 없지만, 구체적인 협의를 했다"며 "대북제재 만으론 비핵화를 이룰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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