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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디젤 보급 정책' 왜 거꾸로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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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고유가 파동으로 국가경제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정부 대책은 에너지 절약 국민 캠페인 수준을 넘지 못했다.

얼마 전 산업자원부가 고유가 대응책으로 내놓은 차량 5부제 실시, 안 쓰는 조명 끄기 등도 대책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수준이었다. 선진 각국이 에너지원의 다각화와 재생 가능한 에너지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산자부가 다음달부터 실시하기로 한 바이오디젤 보급사업 계획도 대표적인 예다. 산자부가 고시를 통해 밝힌 바이오디젤 보급사업은 지난 4년간 실시해온 시범사업의 성과를 반영했다기보다 오히려 식물연료인 바이오디젤 사업을 실종시키는 계획이다. 우리와 달리 유럽연합(EU)은 에너지원의 다각화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20년까지 수송연료의 20%를 바이오디젤로 보급할 계획이다. 말레이시아는 2008년까지 디젤의 5%를 팜유로, 태국은 2012년까지 자동차 연료의 10%를 식물연료로 보급할 목표를 세우고 있다. 유채유.식용유.팜유.폐식용유 등을 이용하는 바이오디젤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깨끗한 석유 대체연료이기 때문이다. 대기오염 물질을 획기적으로 감소시켜 대도시 공기 질을 개선하고, 에너지원을 다원화하여 에너지 안보에도 기여하는 등 식물연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게다가 식물연료의 상용화는 농촌의 경제발전을 가져온다.

농촌 지역의 고용창출과 더불어 에너지 작물과 부산물을 이용한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수 있다. 바이오디젤이 상용화되는 동안 기술 발전도 이뤄져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에서는기술적 문제 없이 이용되고 있다.

독일 등지에서는 100% 바이오디젤로 달리는 자동차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년 동안 BD20을 일반 경유에 혼합해 사용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한 결과 이제는 기술 신뢰성이 충분히 확보됐다. 단지 겨울철에 간혹 기름이 뭉치는 유동점의 문제가 있지만 한파 기간에는 BD5를 사용하도록 하면 된다. 산자부는 시범사업을 거치면서 BD20의 기술 신뢰성, 소비자 수용성 등이 확보됐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불만을 핑계로 정유사를 통해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5% 이하로 혼합하는, 사실상 바이오디젤을 경유 첨가제로 국한하는 방식으로 바이오디젤 보급 정책을 후퇴시키려 하고 있다. 산자부는 지정 주유소는 아니지만 BD20을 자가 정비 시설과 자가 주유 취급소를 갖춘 사업장의 버스.트럭.건설기계에 사용하는 길을 열어두었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시설을 갖춘 업종은 이미 경유 유류보조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더 비싼 바이오디젤을 사용할 동기가 없어 사실상 BD20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바이오디젤 보급 사업에 성공적이었던 것은 바이오디젤에 대한 세금을 감면했기 때문이다. 바이오디젤은 석유 대체를 통한 에너지원 다원화, 온실가스 감축과 대기오염 개선, 농촌경제 활성화 등 면세 혜택을 상회하는 사회.경제적 편익을 창출한다. 산자부는 환경단체는 물론 농림부.환경부 등 정부 부처의 의견을 수렴해 지금처럼 일반주유소에서도 품질이 검증된 BD20이 널리 보급돼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국내 산업연관 효과가 더욱 커지도록 현행 바이오디젤 보급 관련 고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