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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빈곤 한국당, “‘반쪽 전대’로 곳간도 쫑날 판”

중앙일보

입력

“반쪽 난 전당대회 때문에 우리 당 곳간도 쫑나게 생겼네요.”
2ㆍ27 전당대회를 보름여 앞두고 당 대표 후보 8명 중 6명이 돌연 보이콧을 선언한 자유한국당의 한 당직자가 11일 한숨을 쉬며 한 말이다. 그는 “흥행몰이 실패도 물론 큰 우려지만, 현실적인 돈 문제도 가중되면서 당에 큰 압박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당권 주자 안상수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주호영·심재철·정우택 의원(왼쪽부터)이 10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오는 27일 열리는 전당대회를 2주 이상 연기하지 않으면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당권 주자 안상수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주호영·심재철·정우택 의원(왼쪽부터)이 10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오는 27일 열리는 전당대회를 2주 이상 연기하지 않으면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국당 사무처와 기획조정국ㆍ총무국 등의 실무진들은 최근 계산기를 두드리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유는 기탁금 때문이다. 이번 2ㆍ27 전대의 당 대표 후보로 등록하기 위해선 1억원씩 기탁금을 내야 하는데, 최대 8억원으로 예상했던 수입이 졸지에 2억원으로 급감할 가능성이 생겼다. 후보 등록은 12일 오후 5시가 마감인데, 보이콧 후보들은 여전히 “등록 거부”를 고수하고 있다.

한국당 전대 준비위원회에 따르면, 당초 후보들로부터 받을 기탁금 기대 수익은 13억 3000만원이었다. 당 대표에 8명(각 1억원씩 총 8억원), 최고위원에 10명(각 5000만원씩 총 5억원), 청년 최고위원에 3명(각 1000만원씩 총 3000만원)이 후보 등록을 하리라는 예상에 따른 계산이다.

이에 따라 전대도 수익과 비슷한 규모로 준비했다. 사무처와 각국의 추산치를 종합하면 대략 15억원이 든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중앙선관위 위탁료(8억원)+대관료 등 행사 비용(3억원)+여론조사 비용(3억원)+기타 비용(1억원) 등을 합산한 액수다. 2년 전 홍준표 대표가 당선됐던 전대에선 후보가 많지 않아 10억원 정도로 치렀다고 한다.

지난해 7월 28일 경북 경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당대표ㆍ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제2차 전당대회 대구ㆍ경북 합동연설회 [중앙포토]

지난해 7월 28일 경북 경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당대표ㆍ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제2차 전당대회 대구ㆍ경북 합동연설회 [중앙포토]

이 때문에 김용태 사무총장은 1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내 최대 행사인 만큼 당초 1~2억 원 정도는 당 재산으로 충당할 예정이었지만, 보이콧 여파로 최대 6억원 적자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생겼다”고 우려했다.

물론 후보가 준 만큼 예비경선 등의 과정이 생략돼 비용이 줄어들 순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 당 관계자는 “예비경선 자체엔 큰 예산이 잡혀있지 않은 상태라 적자 문제를 해소하기엔 영향이 미미하다”고 말했다.

재정 빈곤에 시달리는 한국당으로선 6억원의 추가 적자는 적잖은 부담이다. 한국당은 이미 탄핵정국의 여파로 책임당원의 숫자가 급감해 당비 수입이 고꾸라진 상태다. 책임당원 모집을 위해 2년 전 월 납입비를 2000원에서 1000원으로 줄이는 ‘반값 할인’까지 했지만, 결과적으로 책임당원은 크게 늘지 않아 ‘제살 깎아먹기’가 됐다.

자유한국당이 6ㆍ7회 지방선거에서 거둔 결과 비교.

자유한국당이 6ㆍ7회 지방선거에서 거둔 결과 비교.

여기에다 지난해 제7회 지방선거(6ㆍ13)에서의 참패는 재정 파탄에 기름을 부었다. 한국당은 각각 광역단체장(월 50만원 이상), 기초단체장ㆍ광역지방의회 의장(월 30만원 이상), 광역의원ㆍ기초의회 의장(월 20만원 이상), 기초의회 의원(월 10만원 이상)으로부터 ‘직책 당비’를 받고 있다. 그런데 지선 참패로 납부 대상자가 541명(2014년 제6회 지방선거 당선자)에서 192명으로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한국당은 지선 참패 직후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야 했다. 월 임차료를 줄이기 위해 전직 대통령 2명을 배출한 여의도 중앙당사를 떠나 강 건너 영등포로 옮겨갔다. 분리돼있던 서울시당과 여의도연구원도 영등포 당사로 이전해 사무실을 합쳤다. 당 대표 등 주요 당직자의 활동비도 60%가량 삭감했다.

지난해 6월 자유한국당이 재정 어려움에 따른 당 경비 절감 차원에서 중앙당사를 여의도에서 영등포로 옮겼다. 왼쪽은 한국당 여의도 당사, 오른쪽은 이전한 영등포 당사. [연합뉴스]

지난해 6월 자유한국당이 재정 어려움에 따른 당 경비 절감 차원에서 중앙당사를 여의도에서 영등포로 옮겼다. 왼쪽은 한국당 여의도 당사, 오른쪽은 이전한 영등포 당사. [연합뉴스]

이 당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의 재정 상태가 이토록 심각한지 몰랐다”고 토로했고, 김용태 사무총장은 “당 존속이 어려울 정도로 재정 상황이 어렵다”고 말했다.

당 사무처의 한 관계자는 “우리 당은 그동안 꾸준히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여전히 한국당 재정은 심각한 상태다. 당 지지율 상승 모멘텀을 기대했던 전대가 오히려 곳간을 축내는 애물단지가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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