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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실리콘밸리,판교]월요일 오전 제끼거나, 주 15시간만 근무…'월요병' 없는 이런 회사 부럽다

중앙일보

입력

월 출근은 10시30분, 매월 마지막 금은 쉰다

카카오게임즈 회사 내부. 자유로운 분위기가 엿보인다. [사진 카카오게임즈]

카카오게임즈 회사 내부. 자유로운 분위기가 엿보인다. [사진 카카오게임즈]

게임 회사인 카카오게임즈 직원들은 월요일 아침에도 늦잠을 잘 수 있다. 공식 출근 시간이 오전 10시 30분이어서다. 화요일~금요일 출근 시간은 오전 10시까지다. 퇴근 시간은 오후 7시. 금요일엔 ‘오후 5시 30분 퇴근’을 원칙으로 한다. 지난해 7월부터는 ‘놀금’ 제도를 도입했다.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은 아예 회사 전체가 쉰다. ‘저녁과 여유가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남궁 훈(47) 대표의 생각에 따른 것이다. 50개가 넘는 카카오 관계사 중에서도 놀금 제도를 운용하는 회사는 카카오게임즈가 유일하다. 점심 시간도 여유롭다. 기존 12시 30분부터 한 시간 동안인 점심시간을 30분 더 연장해 이 시간 동안 직원들이 여유를 갖거나 취미, 운동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월요일 출근 시간을 늦추고 놀금 제도를 도입한 덕에 직원들 업무 만족도가 매우 높다”며 “대신 일하는 시간 동안은 밀도 있게 확실히 하자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전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네이버 “주당 15시간만 회사에 있어라”

판교밸리엔 ‘월요병’이 없다. 상당수의 판교밸리 기업들이 카카오게임즈처럼 월요일 출근 시간을 늦춘 덕이다. 러시아워에 괜히 체력을 소모하는 것보다는 여유 있게 출근하는 편이 더 생산적이란 판단에서다. 판교밸리 자체가 서울과 거리가 있어 상대적으로 출퇴근이 힘들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여기에 밤샘 작업 등이 많은 개발자가 오전 출근을 힘들어한다는 점도 고려됐다.
네이버는 조금 더 과격하다. 지난해 7월부터 선택적 근로 시간제를 도입했다. 선택적 근로 시간제는 ‘시간’ 자체보다는 ‘성과’와 ‘책임’을 기본 철학으로 한다. 그래서 자신의 업무만 확실히 처리한다면 아예 출근이나 퇴근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 ‘1일 1 출근’이란 원칙만 지키면 된다. 최소 근무시간이나 모든 직원이 다 지켜야 하는 집중근무시간(코어타임)도 없다. 다만 현행법상 퇴직금 지급을 위해 주 평균 최소 15시간 이상은 근무해야 한다. 김진규 네이버 부장은 “점심 먹으러 나오다 그 시간에 출근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흠칫 놀랄 때도 있다”고 말했다. 개인 연차를 사용할 때에도 본인 전결로 처리하면 된다. 부서장에게는 연차 휴가를 쓴다는 사실이 통보될 뿐이다.

포스코ICT엔 대학원 진학 바람

출근 중인 포스코ICT의 김수상 차장. 이 회사는 육아나 대학원 진학 등 개인사정에 맞춰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사진 포스코ICT]

출근 중인 포스코ICT의 김수상 차장. 이 회사는 육아나 대학원 진학 등 개인사정에 맞춰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사진 포스코ICT]

판교에 위치한 포스코ICT는 대기업 계열임에도 상대적으로 유연한 근무환경을 자랑한다. 이 회사 이현옥(49) 차장은 오전 10시까지 출근한다. 유연 근무제를 통해 출근 시간을 한 시간 늦춘 덕이다. 아침 시간에는 4학년과 6학년인 두 아들의 등교를 돕는다. 퇴근은 오후 7시다. 출근 시간을 늦춘 덕에 교통 혼잡도 피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경기도 용인시 집에서 판교 회사까지 30~40분 정도면 도착한다. 아이들이 방학일 때에는 오전 9시까지 출근한다. 이 차장은 “회사에서 배려해 준 덕에 출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었다”며 “아이들 아침밥을 챙겨 먹이고, 등교 준비 돕는 것도 한결 여유로워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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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ICT의 경우 지난해 유연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자기 계발에 나서는 직원이 늘고 있다. 오는 3월 대전에 있는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사 과정에 입학할 예정인 김수상(38) 차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평소 딥러닝 분야에 관심을 갖고 사내 AI(인공지능) 전문가들과 딥러닝 관련 스터디 모임을 하기도 했지만, 지식의 한계를 느끼던 터였다. 그는 다음 학기부터 주3일 평일 저녁 시간을 활용해 판교와 대전을 오가며 학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 차장은 “입학 면접 때 교수님께서 ‘평일 수업을 며칠이나 들을 수 있겠냐’고 물어보셔서 선택 근로제를 활용해 주 3회 정도는 가능하다고 말씀드렸더니 꽤 놀라셨다”며 “회사의 유연한 근무제도와 문화 덕에 카이스트 대학원에 진학하는 꿈을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주 4.5 일만 근무하자

주4.5일 근무제를 도입한 바로고 직원들의 모습. 월요일은 오후 1시 출근이란 의미에서 손가락 한 개씩을 펴보이고 있다. [사진 바로고]

주4.5일 근무제를 도입한 바로고 직원들의 모습. 월요일은 오후 1시 출근이란 의미에서 손가락 한 개씩을 펴보이고 있다. [사진 바로고]

배달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인 바로고는 올 초부터 ‘주 4.5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이 회사 직원들은 월요일 오전을 아예 쉰다. 월요일 출근 시간은 오후 1시다. 이 회사 이태권(48) 대표는 “의자에 앉아있다고 해서 좋은 성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덕분에 직원들은 월요일 오전 시간을 출근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보다 개인 업무를 보는 데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 예로 이 회사 전략기획본부 김가현(27) 매니저는 월요일 오전마다 헬스클럽 트레이너에게서 개인 교습을 받는다. 김 매니저는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는 사람들로 붐비는 탓에 개인 교습 일정을 잡기가 만만치 않았는데, 월요일 오전을 활용할 수 있어 좋다”며 “월요일 오전에 학원에 다니는 직원들도 제법 많다”고 전했다. 정광호 서울대 교수(개방형혁신학회 부회장)는 “변화 속도가 빠른 ICT 산업의 경우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근태보다는 실질적인 업무성과가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자유가 주어지는 대신 성과평가는 더 엄정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9 to 5’로 대변되는 전통적인 근무형태를 적용하지 않는 기업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판교=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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