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폐기물 수입 막아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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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국내 폐기물 처리능력이 제자리를 걷고 있는 가운데 정부발표보다 훨씬 많은 양의 폐기물이 일본등 선진국으로부터 수입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무역협회와 관세청이 발행하는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금년 4월까지 수입된 폐기물은 약78만t, 금액으로는 4억달러어치(약2천6백80억원)에 이른다는 것.
이 수치는 수입량이 많은 주요 20개 품목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실제 수입량은 이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품목을 보면▲슬래그 (쇠부스러기) 47만t▲구리 웨이스트(혼합폐기물)와 스크랩(조각난 폐기물) 17만t▲납 웨이스트와 스크랩 6만7천t▲플래스틱 부스러기 2만8천t▲알루미늄 웨이스트와 스크랩 2만7천t▲아연 웨이스트와 스크랩 1만3천t순으로 나타났다. 맹독성 물질로 알려진 카드뮴폐기물도 35t이나 수입됐다.
이같은 수치는 관세청이 5월 임시국회 재무위에 제출한 자료에 발표한 57만t보다 20만t이나 많고 금액으론 8배이상 많은 것. 특히 슬래그와 구리·납폐기물의 수입량이 관세청 발표자료와 무역통계가 크게 차이났다.
이에 대해 관세청 감정과는 『국회에 제출한 자료는 상공부 공고에 따라 수입규제를 받는 17개산업폐기물 품목만을 대상으로 산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들 폐기물은 국내 1백64개 기업체들이 선진국으로부터 수입한 것으로 슬래그·카드뮴 폐기물은 주로 일본에서 도입됐으며 납·동폐기물은 미국, 니켈 폐기물은 캐나다, 고무 폐기물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들여오고 있다.
수입업체들은 대부분 화학·금속공업사들이지만 제조업과 상관없이 매매차익을 노리는 무역회사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형태는 매우 다양해 광산에서 나오는 쇠부스러기를 비롯해 폐건전지·플래스틱 조각, 심지어 깨진 그릇까지 있다.
이렇게 수입된 폐기물은 쇠녹 제거용이나 각종 원료로 사용되는데 재활용한 다음 또 다른 폐기물이 발생하므로 수입폐기물 자체가 제2차 오염원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
한편 국내 폐기물 처리능력이나 재활용률은 매우 저조한 편.
폐기물은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처리업체의 설비가 이를 뒤따르지 못하고 있는데다 매립장등 기본적인 처리장소도 부족한 상태다. 최근 숭실대 부설 생산기술연구소가 환경청 의뢰로 제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천9백67개 산업폐기물 배출업소중 51.1%만이 자체 재활용할뿐 나머지 48.9%는 고물상에 넘겨지거나 버려지고 있는 형편이라는 것.
환경청 자료를 보더라도 86년 폐기물 자원화율은 47.7%에 불과하고 특히 맹독성의 유해 폐기물은 37.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각 기업체들이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재활용에는 힘쓰지 않고 환경오염을 일으킬 소지가 큰 산업폐기물을 무분별하게 수입하고 있는 셈이다.
환경청은 작년말 산업폐기물의 수입, 사용으로 야기되는 2차 오염을 막기 위해 연료용 폐플래스틱등 20개 품목을 수입금지시키고 폐유등 5개 품목에 대해서는 환경청장의 사전승인을 받은뒤수입할수 있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산업폐기물 규제방안을 마련해 금년부터 시행중이다.
그러나 올4월까지 수입된 폐기물은 22만t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늘어나 정부의 규제안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전세계적으로도 산업폐기물 이동을 둘러싸고 선진국과 후진국간에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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