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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마법은 계속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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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히딩크의 마술'이 4년 만에 재방송됐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호주가 23일(한국시간) 독일 월드컵 F조 3차전에서 유럽의 강호 크로아티아와 2-2로 비기는 데 성공,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16강에 진출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손이 닿으면, 그때마다 새 역사가 열리고 새 기록이 만들어진다.

히딩크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4강으로 이끌었고,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한국을 다시 4강까지 올려놓는 능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또 4년 만에 호주를 16강에 올려놓았다. 각각 성격이 다른 팀을 이끌고 3회 연속 2라운드에 진출한 것이다. 이쯤 되면 '마술사'라는 별명이 억지가 아니다. 호주의 성적은 아직 진행형이다. 만약 호주도 4강까지 간다면?

낯익은 마술이었지만 여전히 매혹적이다. 히딩크 감독은 지고 있을 때 더 강하게 공격한다는 처방을 다시 꺼냈다. 4년 전 한국을 이끌고 이탈리아와 16강전을 벌일 때 사용한 방법이다. 칩을 잃으면 더 많은 칩을 베팅하는 갬블러처럼 냉혹한 표정으로 더 많은 공격수를 최전방에 투입했다. 호주의 집요한 반격에 밀린 크로아티아는 뒷걸음질을 거듭하다 11분을 버티지 못하고 후반 34분 호주에 동점골을 허용, 자그레브행 열차에 오르고 말았다. 경기를 이기기 위한 마술이 용병술이라면 히딩크 감독은 마술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해 두고 있었다. 조직력이 부족하고 목표의식이 희박한 호주 대표팀에 동기를 부여하고 자존심을 심은 것이다. 호주에는 유럽리그에서 뛰는 우수한 선수가 많지만 선수들의 집념이 부족하고 응집력이 약해 강한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마술사의 다음 손님은 이탈리아. 4년 전 히딩크의 마술에 한 차례 제물이 됐던 팀이다. 이탈리아 축구와 선수들에 대해 잘 아는 히딩크 감독은 집요한 신경전으로 이탈리아를 자극했고, 선취골을 뺏긴 뒤에는 더 세찬 공격을 퍼부어 연장 후반 12분 터진 안정환의 골든골로 117분간의 사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탈리아로서는 히딩크의 마술이 악몽과도 같을 것이다. 이탈리아에는 토티.부폰.델피에로.참브로타.가투소 등 4년 전 멤버가 즐비하다. 히딩크 감독과 또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 분명하다. 히딩크는 토너먼트에 유난히 강한 감독이다. 히딩크의 승전보는 한국 팬들에게도 관심거리다. 한국팬들은 여전히 히딩크 감독과 그의 마술에 열광한다. 새 마술사 딕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호감을 갖는 이유도 움베르투 코엘류나 요하네스 본프레레에 비해 히딩크를 더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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