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일자리는 나쁜 일자리” 폭설·집회 속 완성차공장 첫 단추

중앙일보

입력

31일 오후 광주시청 앞에서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는 현대차노조 등이 광주시청으로 항의방문 하려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오후 광주시청 앞에서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는 현대차노조 등이 광주시청으로 항의방문 하려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오후 2시 광주광역시청 앞 도로. 굵은 눈발을 맞으며 ‘광주형 일자리 규탄’ 집회에 참여한 민주노총 광주본부 노조원 300여 명이 “광주형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가 아니라, 나쁜 일자리”라고 외쳤다.

문 대통령 나타나자 곳곳서 박수·환호 #시청 밖에선 민노총 격렬 집회·시위

이들은 “광주형 일자리는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고용 효과를 부풀리고 성공 가능성이나 지속 가능성도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들은 “문재인 정부 취임 초부터 이야기하던 노동은 죽었다”며 “광주시민과 청년들의 기대를 담보로 한 정치적 퍼포먼스이자 가장 나쁜 사기”라고 했다.

30분 뒤 광주시청 현관 앞. 문재인 대통령이 검은색 차량의 문을 열고 내리자 운집한 시민들이 일제히 박수를 쳤다. 시민들은 “와”하는 함성과 함께 문 대통령과 악수를 하기 위해 앞다퉈 손을 내밀었다. 시민 김찬수(43)씨는 “광주형 일자리가 성사된 날 대통령님이 오시니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많은 사람의 노력 끝에 탄생하는 공장이니 잘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31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광주광역시청에서 열린 광주 완성차공장 투자협약식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31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광주광역시청에서 열린 광주 완성차공장 투자협약식에 참석하기 위해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시와 현대차그룹의 광주 완성차공장 설립을 위한 협약식이 열린 31일 광주시청 안과 밖에서는 이렇게 극과 극의 장면이 연출됐다. 시민들의 환호 속에 협약식이 열리는 동안 시청 밖에서는 민노총 노조원들이 격렬한 집회를 열었다.

민노총 측은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시민과 청년들의 기대를 담보로 한 정치적 퍼포먼스이자 가장 나쁜 사기”라며 “국내 자동차시장의 위기 상황에서 이미 포화상태인 경차를 생산하겠다는 것은 초등학생 셈법에도 맞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집회 후 협약식이 열리는 광주시청 진입을 시도하다가 경찰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반면 광주시청 1층에서 진행된 투자협약식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이날 협약식에는 노사민정 대표와 시민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주요인사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야 각 정당 대표 등도 참석했다.

31일 오후 광주시청 앞에서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는 민노총 노조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31일 오후 광주시청 앞에서 광주형 일자리에 반대하는 민노총 노조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문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설날을 앞두고 국민께 희망을 드리게 돼 매우 기쁘다”며 “4년 반 동안의 끈질긴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협상단장을 맡은 이용섭 광주시장과 지역 노동계·시민단체 등이 귀한 열매를 맺기까지 많은 수고를 했다”며 “현대차는 불확실성에 도전해 일자리 만들기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사회적 책무를 위해 힘든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소감 발표를 통해 광주형 일자리가 가진 의미와 향후 비전을 소개했다. 이 시장은 “오늘 광주는 또 하나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며 “광주형 일자리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사회 대통합형노사상생일자리모델”이라고 말했다.

31일 오후 이용섭 광주시장이 광주 완성차공장 투자협약식 이후 만세를 외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31일 오후 이용섭 광주시장이 광주 완성차공장 투자협약식 이후 만세를 외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이어 단상에 오른 이원희 현대차 대표는 “빛그린산단 완성차 사업은 광주와 지역사회, 현대차 및 투자자가 함께 만드는 새로운 사업 모델”이라며 “지역은 청년고용을 확대하고 기업은 경쟁력 확보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것”이라고 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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