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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자양이 40년 혁명사 반전기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강경 보수파에 의해 실각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공산당 총서기「자오쯔양」(조자양)이 자본주의를 부활시키고 4O년에 걸친 중국혁명의 역사를 반전시키려 했다고 비난하는 비밀 연설문 사본이 29일 처음으로 북경시내에서 공개돼 중국 당 지도부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권력투쟁의 내막을 엿보이고 있다.
이날 공산당본부 및 정부청사가 들어선 중남해부근의 한 전봇대에 나붙은 이 연설문 사본은 국가주석「양상쿤」(양상곤)이 지난 24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긴급 확대회의에서 군 지휘관들에게 행한 연설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양은 이 연설에서 조자양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시위를 진압하라는 최고실권자「덩샤오평」(등소평)의 명령에 반대하고 당의 기밀을 「배반」했음을 세세히 밝히고 있다.
양은 등소평이『나는 오랜 집권기간 중 많은 과오를 범했으나 최악의 과오는 조자양과 호요방을 믿었던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하고 당 정치국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일단의 당 원로들은 계엄령 선포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히면서 두 가지 목소리 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양은 당 원로들이 지난달 15일 후야오방(호요방) 사망이래 열기를 더해가는 민주화 운동을 주시하면서 문제는 시위대에 있는 것이 아니라「당내」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양은 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사설을 통해 당과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시위를 진압해야 한다고 주장한지 사흘 뒤인 지난달29일 조자양이 북한방문을 끝내고 귀국한 뒤부터 당내에서 이견이 노출되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이 사설은 등이 정치국원들에게「어떤 대가를 치르고라도 민주화운동을 진압해야 한다고 말한 뒤 정치국에 의해 작성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설의 원고를 평양에서 처음 받아본 조자양은 처음에는 이를 승인했으나 귀국 후 이를 번복, 당의 공식정책에 해당하는 이 같은 사설을 취소시키려 했으며 정부의 시위진압 촉구는 옳지 않다고 주장하고 학생들의 운동이 애국적이며 반당적 이거나 반정부적인 것이 아니라고 옹호했다는 것이다.
조자양은 또 등소평으로부터 당의노선을 따르라는 요구를 받고 사퇴하겠다고 위협하는가하면 당을 배신, 지난19일 학생들에게 당의 내분을 알려 자신을 지지하고 등소평과「리펑(이붕)반대구호를 처음 등장시키는 등 학생시위를 격화시켰다고 양은 비난했다.
양상곤은 또 학생들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특별회의가 소집돼 당의권위가 도전을 받고 문제의 사설이 취소되기를 원했다고 말하고 이들의 목적은「4O년 혁명사」를 반전 시 키려는 것이었으며 당 원로들로서는 물러설 길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우리가 후퇴하면 우리 모두가 무너지며 중국이 무너지게 된다』고 말하고 이는 자본주의의부활을 의미하는 것이며『수십년의 투쟁 끝에 사회주의가 한낱 자유주의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19일 당과 정부 및 군 지도자 회의에서 계엄령 선포결정이 내려졌을 때 조자양은 불참했다고 밝혔는데 조는 천안문 광장으로 학생들을 방문한 것을 마지막으로 공식석상에서 사라졌으며 현재 가택연금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등소평(86)의 시위진압 명령과 양상곤(81)의 보수주의 연설에 대해「첸윈」(85·진운),「펭젠」(87·팽진),「왕젠」(81·왕진), 이붕(61)등이 이를 지지함으로써 중국은 이들 원로들에 의해 움직여지고 있다고 서방외교관은 전했다.
이 서방외교관은 『양의 연설은 원로들이 군부의 지지만 얻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것은 바로 군부독재』라고 말했다.【북경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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