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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의 손 잡은 대학생·전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콩대를 태워 콩을 볶으니/콩이 가마솥 안에서 우는구나/콩과 콩대는 본래 한 뿌리에서 난 것인데/서로 다투는 것이 어찌 그리 심한고」(자두연두석/두재부중읍/본시동근생/상전하대급).
대학생·전경이 한데 어울려 친선체육대화가 열린 25일 오전 11시쯤 서울동국대 운동장.
불과 한달 전 만해도 화염병·최루탄 공방전을 벌이던 이들에게 동국대 이지관 총장이 한시를 빈 환영인사를 통해 학생·전경이 더 이상 「적」이 아니라 「이 당의 아픔을 함께 하는 같은 젊은이」임을 강조한다.·
행사 시작 전 『전경·학생 단결하여 노정권 타도하자』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별여 순조로운 대회 진행을 우려케 했던 학생들도 숙연한 분위기.
그러나 대회를 구경나온 주민들이 「우리는 동국대학생, 중부서 전·의경 모두를 사랑합니다」라고 쓴 플래카드를 내걸고 경찰악대가 동국대 교가를 연주하자대학생·경찰·주민 모두 화합의 한마당에 어우러졌다.
학생들의 데모가에 맞춰 함께 해방춤을 추는 전경들.
학생들은 전경들과 『진짜 사나이』를 함께 부르며 화답했다.
여경들과 여학생들이 함께 달린 릴레이경주에 이어 경찰서장과 학생들이 한 패가 되고 학생처장과 전경이 한 팀을 이룬 줄다리기.
전경들이 밴드 연주에 맞춰 여학생들의 손을 갑아 이끌어 춤판을 벌이고 남학생들이 전경들의 유니폼과 옷을 바꿔입자 관람석에 있던 주민들까지 운동장으로 몰려나가 춤판에 어울린다.
『이젠 더 이상 피난 갈 일은 없겠지요.』
동국대 시위 때면 날아드는 최루탄 때문에 3∼4일씩 집을 비우기 예사였다는 40대 동네 아주머니가 오후3시 대회가 끝난 뒤 학생들이 전경들을 배웅하는 모습을 보고 기뻐한다.
그리고 2시간쯤 뒤 경찰서로 귀대했던 전경들은 마침 전대협 소속 대학생 5백여명이 단식농성을 벌이기 위해 모여있다는 명동성당으로 출동했다.
전경들은 불과 몇 시간 전 함께 웃고 어울렸던 동국대 학생회간부가 농성학생들 속에 끼어있는 것을 알아채고 씁쓰레한 표정으로 철야대치를 시작했다. <최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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