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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성도 약자···성차별 덕 본건 페미니즘 찾는 4050"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사회와 정부 정책에 대한 20대 남성의 분노가 심상치 않다. 문재인 정부 지지율 하락을 이끈 계층도 20대 남성이다. 중앙일보는 20대 남성 여섯명에게 이들이 분노하는 이유와 사회에서 겪고 있는 낙인에 관해 물었다. 김우진(24·고려대), 이준서(21·경희대), 이준성(26·취업준비생), 임승호(25·고려대), 전지훈(24·연세대), 한창호(26·취업준비생) 씨가 인터뷰에 응했다.

20대 남성이 불만을 품고 있는 원인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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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 : 20대 남성이 언제 가부장제 혜택을 보고 그런 제도를 답습하며 여성을 억압했나. 이게 핵심이다. 학교 안에서 우리는 권력을 누린 적이 없다.

전지훈 : 20대는 남녀 구분 없이 약자지만 우린 ‘남자니까’ 기득권 취급을 받는다. 여기에 ‘젊다’는 이미지도 더해진다. 불만을 토로하면 “남자잖아” “젊잖아”라는 반응에 억울하다. 얼마 전 서강대에서 “너 정도면 예뻐”라고 말한 남학생이 징계를 받았다는 사건을 보자. 이 신입생이 권력이 있거나 강압적으로 위력을 행사할 위치인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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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호 : 성차별적인 문화를 만들고 가부장 문화에서 혜택은 본 세대는 사오십대 남성이다. 『82년생 김지영』책을 봐도 그렇다. 책 속에 소개되는 일상 속의 사소한 차별은 20대 남성에게도 존재했다. 근데 오히려 40~50대 남성은 지금 페미니즘 정책을 펴면서 가해자가 아닌 것처럼 행동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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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다른 분노의 원인이 있다면.

한창호 : 잣대가 다를 때 분노가 생긴다. 20대 남성 사이엔 기존 남성들이 이득을 누리던 부분은 사라지고 손해인 부분은 남아있다는 인식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불거질 일은 없지만 고름처럼 고여있다. 장교는 가능한데 사병은 불가능한 여성 입대 문제, 경찰·소방 공무원 시험에서 체력 검정 기준 논란 등 이슈가 불거지면 고름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임승호 : ‘한남’은 혐오표현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그렇다. 남성은 약자가 아니기에 혐오표현이 성립할 수 없다는 식이다. 남자 화장실 몰카 사건, 아기에게 칼 들이대는 사진 등은 미러링이 아니라 모방범죄다. 혐오표현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혐오를 재생산하고 있다. 20대 남성에 대한 비하는 쉽다. 군대를 다녀온 복학생을 조롱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군대 얘기만 꺼내도 ‘군무새’라는 혐오표현을 듣는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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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 지금 20대 남성 사이에서 여자의 외모를 평가하는 건 금기다. 반대로 남자에게 너 왜 이렇게 키가 작냐, 피부가 왜 그러냐 이런 발언은 많이 나온다. 남자를 평가하는 건 괜찮다.

이준성 : 서울 소재 여대에 로스쿨, 약학 전문 대학원, 의학 전문 대학원 등이 있다. 비슷한 점수를 받는다면 여성들보다 남자의 선택지가 적은 셈이다. 여성 대학 진학률이 낮지 않고 교육권이 충분히 보장되는 현재 전문직으로 갈 수 있는 TO가 여성에게 더 주어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20대 남성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지훈 : 20대 남성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20대 남성도 약자”라고 주장하면 “찌질한 한남충”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20대 남성, 20대 여성, 3040 여성 각자 약점이 있다. “내가 더 피해자”라며 서로 할퀴는 태도는 갈등만 키운다.

임승호 :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이 말은 여성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남성에게 불리하게 기울어진 부분도 있다.

김우진 : 사회에 20대 남성을 보호해주는 시스템이 없다고 느낀다. 여성가족부는 있어도 남성 가족부는 없으니까. 우리를 위한 정책이나 창구가 필요하다.

게임 중독 낙인 : 게임에 빠져 또래 여성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에 대한 의견은.

김우진 :나도 대학교 2학년 때 온라인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랑 핸드폰 게임에 빠져서 3.8이던 학점이 2점대로 떨어진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런 분석은 게임은 인생의 낭비고 비생산적인 일이라는 기성세대의 편견 때문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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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서 : 취미 생활은 성별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라도 취미에 지나치게 빠진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월드컵 때 남자 성적이 떨어진다면 여성에게 인기가 높은 아이돌 공연이 겹치면 여학생 성적이 떨어질까.

임승호: 유시민 작가가 강연에서 “자기들은 축구도 봐야 하는데 여자들은 축구도 안 보고 자기들은 롤(LOL)도 해야 하는데 여자들은 롤도 안 하고 공부하지. 모든 면에서 우리가 불리해”라고 말해 논란이 된 적 있다. 여성들이 드라마 보고 화장하느라 남자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말을 한다면 난리 났을 것이다.

성매매 낙인 : 한국 남자의 대부분은 성매매한다는 인식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임승호 : 20대 남성 사이에서는 성매매한다고 말하면 거의 '비정상' 취급하는 분위기가 크다.“남자는 다 저래”라는 식으로 말하는 친구 없다. 한국 남성 절반이 성매매한다는 통계 역시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통계를 만드는 것 자체가 남성을 공격하기 위한 의도가 아닌가.

전지훈 : 성매매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지만 성매매가 존재한다는 현실을 부정하진 않는다. 선릉역에서 자취했는데 바닥을 보면 성매매 전단 천지였다. 집에 가는 길에 "오피스텔 필요하냐?"는 질문을 들은 적도 있다. 처음에는 이 질문 의미도 몰랐다. 난 이미 사는 곳이 있으니 무시했는데 알고 보니 성매매 업소 호객행위였다.

김우진 : 원정 성매매 기사 등 자극적인 내용이 편견으로 굳어진 측면도 있다. 상식적으로 주변에서 둘 중 한명이 성매매를 한다면 정상 사회가 아니다.

한창호 : 이런 프레임이 나올 때마다 통계 속 세상은 어떤 세상일지 궁금하다. 신뢰할 수 없는 통계가 너무 많다. 싸잡혀서 비난받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열등감 낙인 : 성적과 취업에서 여성에게 밀려 불만이 커졌다는 분석에 대한 견해는.  

임승호 : 4050 세대는 여자가 더 공부를 잘한다는 인식이 큰 것 같다. 일주일 전 고향에서 사촌의 학교 진학을 두고 “공학은 성적 따기 어려우니 남학교에 가라”는 얘길 들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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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성 : 군대 문제가 이런 불만을 더 키운다. 전역 후 먼저 취업하는 동기 여성이나 후배를 보며 박탈감을 느끼는 건 자연스럽다. 3040이 되면 여성들이 경력단절 등 손해를 본다고 반박할 수 있지만, 어느 나잇대에 어떤 성별이 더 큰 손해를 보느냐는 비교는 제로섬 게임이다. 20대 남성 문제와 30~40대 여성 문제를 함께 개선해야지 '그러니까 20대 때는 남자들이 손해 봐'라는 논리는 곤란하다.

이태윤·최연수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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