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에서 꿈을 펼치려 했던 취업준비생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기회를 잃었다. 서울남부지검 수사 결과 2016~2017년 IBK투자증권은 면접 단계에서 여성 지원자의 점수를 일부러 깎는 방식으로 불이익을 준 사실이 드러났다.
이유는 ‘영업은 남자가 더 잘한다’는 것이었다. 기존 직원들의 성과가 어땠기에 이런 판단을 한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새로운 도전자에 대해서도 이런 틀에 맞춰 채용 평가 조작의 명분으로 활용했다.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할 때 남녀를 차별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두 해 동안 21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이 회사에 입사한 22명 중 여성은 3명뿐이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에 따르면 실제 합격권에 있었는데도 점수가 조작돼 입사 기회를 놓친 직접적 피해자는 20명이다. 아직 재판이 시작되진 않았지만, 기소된 이 회사 임직원 4명(구속 1명)은 수사 단계에서 대부분의 사실관계를 인정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부당한 일이 적발됐을 땐, 이런 일이 세상에 알려져 재발하지 않게 되는 효과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여성 취준생들이 ‘앞으로 기업의 채용이 공정해지겠구나’라고 기대할 것 같지는 않다.
IBK투자증권은 입사 전형 단계에서 점수를 조작했지만, 조작할 필요도 없이 암묵적으로 전형 시작단계부터 여성에게 불이익을 주는 회사가 있다면 그 부당함을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럴수록 차별에 대한 여성의 의심은 더해지고, 이를 반박하려는 남성들의 목소리가 겹치면서 성별 갈등으로 진행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직원 성과를 분석했을 때 남성의 평균적인 실적이 여성보다 높은 회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기존 평가를 뒤집을 기회를 여성에게 제공하지 않는다면 이는 정의가 아니다.
해결책은 성과에 대한 엄정한 평가와 그에 따른 보상·책임이 부여되는 과정이다. 실질적인 평등이 회사에도 이익인데, 이 회사는 막연한 선입견에 기댄 것은 아닐까. 우수한 여성 인재를 놓친 회사와 고객도 피해를 본 셈이다.
이번 사건은 업계 순위 10위권 안팎의 중견 증권사라는 직장을 놓친 일부 여성들의 아픈 사례로만 남아선 안 된다. 내가 느끼지 못하는 곳에서 또 다른 차별이 나에게 가해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여성에게 남아있는 한, 성별 갈등에 따른 사회적 갈등은 치유되기 어렵다. 한국 사회는 이 갈등 때문에 지금도 큰 비용을 치르고 있다.
최선욱 사회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