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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의 재테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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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권혁주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권혁주 논설위원

권혁주 논설위원

상당수 국회의원은 재테크의 달인이다. 경제난 속에서도 재산이 쑥쑥 늘어난다. 신용카드 대란의 여파로 경기가 푹 꺼졌던 2003~2004년에도 그랬다. 2004년 한 해에만 1인 평균 9300만원 재산이 불었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재테크 실력이 한 수 위였다. 증가액이 평균 4억5500만원이었다. 대부분 부동산과 주식 덕이었다. 의심 어린 시선이 쏟아졌지만 그뿐이었다.

보다 강하게 의혹이 제기된 경우도 드물지 않다. 2007년 강길부 의원(현 무소속)은 예산 280억원을 따내 지역구인 울산시 울주군에 4차선 도로를 냈다. 근처에는 강 의원이 소유한 땅 4509㎡(약 1370평)가 있었다. 땅값은 10년 새 8배가 됐다. 울산시 북구 창평동 일대에 토지 887㎡(약 270평)를 상속받은 박대동 전 새누리당 의원은 2015년 인근 택지개발 예정지구의 도로 확충 예산 541억원을 확보했다. 경민학원 전 이사장이었던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때 경민대 앞을 지나는‘국도 39호선 확장’을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웠다.

해명은 판박이다. “오래전부터 소유했던 부동산이고, 도로 같은 인프라 구축은 낙후한 지역구를 위한 것이다. 개인의 이익과는 전혀 관계없다”고들 한다. 엊그제 불거진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 논란도 마찬가지였다. 경북 김천역 바로 앞에 4층 건물을 가진 그는 지난해 국회에서 김천역을 지나는 새 철도 건설을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에 송 의원은 “45년 전부터 건물을 보유했으며, 철도는 2006년 ‘국가철도망 기본계획’에 포함됐던 것”이라고 대응했다.

하나같이 오비이락(烏飛梨落) 이라지만 대다수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그래서 생긴 게 공직자윤리법의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다. 작은 오해도 막아보자는 취지다. 손혜원 민주당 의원이 “내 경우는 이해충돌이 아니라 손해충돌 방지”라고 해 회자됐던 법규다. 하지만 ‘사적 이익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권고일 뿐, 처벌은 없다. 처벌 시도는 있었다. ‘부정청탁 및 이해충돌 방지법’이다. 그러나 제정 과정에서 국회가 이해충돌 방지 부분을 뺐다. 이름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로 바뀌었다.

성격이 모나서일까. 24조원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 등 어제 발표한 175조원 규모의 지역 균형발전 사업을 놓고도 ‘혹시’하는 생각이 든다. 세부 내용을 확정하려면 국회와 논의하는 게 필수여서다. 이런 의심이 들지 않는 세상은 과연 가능해질까.

권혁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