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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급식 위생 안전망 뚫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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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CJ푸드시스템이 단체 급식하는 서울·경기·인천지역 22개 중.고교에서 구토·설사 증상을 보이는 식중독 환자가 집단으로 발생했다. 22일 오후 급식이 중단된 서울의 한 여자고등학교 식당 주방이 폐쇄돼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당장 점심을 못 싸오는 아이들이 걱정입니다."

전교생(1070명)의 10%를 넘는 130여 명이 21일부터 식중독 증세를 보여 이틀째 급식을 중단한 서울 숭의여고는 급식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우남일 교감은 "역학조사가 끝날 때까지 단체급식과 급수를 중단하고 매점을 폐쇄키로 했다"며 "학생들이 도시락을 싸오도록 가정통신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 급식비를 지원받는 학생 40여 명은 이틀째 점심을 걸러야 했다. 김모(18)양은 "친구들이 도시락을 나눠줘 먹었지만 계속 신세를 질 수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우 교감은 "오후 2시에 수업을 마치는 단축수업을 하고 있으나 결식 학생에 대한 대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염광여자정보고도 23일부터 급식을 중단키로 했다. 학교 측은 "도시락을 가져오도록 했지만 소년소녀가장이나 기초생활수급자 등에 대한 대책은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세종고도 이날 아침부터 복통.메스꺼움.설사 증세 등을 호소하는 학생이 30여 명 발생해 점심 급식과 오후 수업을 취소했다.

이처럼 급식사고가 발생했거나 CJ푸드시스템이 급식을 하는 서울.인천.경기.강원.대전 지역의 68개 초.중.고가 당분간 급식을 전면 중단하고 일부 학교는 단축수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역학조사가 끝날 때까지 매점마저 폐쇄할 예정이어서 학생들이 큰 불편을 겪을 전망이다.

◆ 왜 발생했나=식품의약품안전청은 한 업체에서 급식을 공급하는 학교들이 사고를 당한 것으로 미루어 각 학교에서의 조리나 배식 과정엔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CJ푸드시스템과 같은 대형업체는 보관.유통시스템에 투자를 많이 해 식자재 가공과정보다는 공급되는 식자재 자체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학교별로는 '식품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과 '학교급식 위생관리 지침서'를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낮은 급식단가에 맞추기 위해 급식업체들은 값싼 식자재를 선호하게 된다. 이 때문에 저질 먹을거리가 공급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 대형업체 중점관리=식의약청은 지난 4월 자치단체와 함께 대형급식업소에 대한 특별점검을 벌이는 등 식중독 사고 예방에 신경을 써왔다. 식의약청은 그런 노력에도 영세업체가 아닌 대형업체에서 사고가 발생하자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보건당국은 대형급식업소는 사고가 터지면 그 피해 규모가 훨씬 크다는 점에서 대형업체에 대한 위생점검과 감독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식의약청은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면 대형급식업소의 음식재료 보관.유통.조리 과정에 대한 대규모 특별점검을 다시 벌일 방침이다.

고계인 식의약청 식품본부장은 "식중독 발생 우려가 있는 학교 집단급식소나 음식재료공급업소, 대형음식점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며 "대규모 급식업체들을 상시 감독할 인력을 두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영유.정철근 기자

◆ CJ푸드시스템=단체급식 시장 3위 업체다. 학교 88곳 외에 기업.병원.군부대 등 530여 곳의 구내식당에서 급식을 하고 있다. 지난해 단체급식 매출 실적은 1970억원이었다. 대기업 계열 급식업체인 아워홈.에버랜드.신세계푸드 등이 경쟁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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