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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 보훈처의 보은 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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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가보훈처의 지난 정부 적폐청산에 자문했던 인사들이 줄줄이 보훈처 산하기관에 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5월 출범한 보훈처 국민중심보훈혁신위원회(혁신위) 출신 인사 3명이 보훈처 산하기관에 이미 재직 중이거나 응모해 내부 검증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지난 정부 시절 보훈처가 잘못한 업무를 바로 잡기 위해 혁신위에서 자문한 뒤, 그 영향력으로 다시 보훈처에 취업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그것도 연봉 1억원 수준에 임기가 2∼3년인 직책이다.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꼴이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이들이 활동한 혁신위는 박근혜 정부 때 5·18 기념식에서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방해와 박승춘 전 보훈처장의 보수 편향적인 나라사랑 교육 등을 조사했다. 이들은 피우진 현 보훈처장과 함께 지난 대선 때 민주당 캠프에서도 일했다고 한다. 결국 이들의 보훈처 취업은 지난 대선 지원 등에 따라 보은 차원에서 이뤄진 정치 편향적 인사라는 지적을 피할 수없다. 이에 대해 보훈처는 “응시자격을 갖춘 응시자 중에서 가장 적합한 사람으로 공정하게 채용했다”며 “(혁신위 출신이라고 해서)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이 해명은 누가 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보훈처 산하기관에는 보훈처 출신이거나 이 분야 전문가들이 주로 취업을 해왔다. 더욱이 이번에 부당 취업한 외부 인사들이 혁신위 산하의 ‘위법부당행위 재발방지위원회’에서 활동했다니 이 무슨 블랙 코미디같은 행태인가. 대선캠프 출신의 ‘묻지 마 보은 인사’는 최근 도처에서 반복되고 있다. 청문회도 거치지 않고 지난주에 임명한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도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일했다는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가장 중립을 지켜야 할 자리에 편향적인 선거 캠프 출신을 임명한다면 누가 공명 선거 의지를 믿겠는가. 현 정부의 자성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