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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헬조선 탓 말고 해외 가라”…정책 책임자가 할 말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취직 안 된다고 ‘헬 조선’이라고 하지 말라. 신남방 국가(동남아·인도)를 보면 ‘해피 조선’이라고 느낄 것이다.” “50~60대 조기 퇴직했다고 SNS에 험한 댓글 다시는데, 박항서 감독처럼 아세안으로 가시라.”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겸 신남방정책특별위원장이 어제 기업인들을 상대로 한 조찬 강연에서 쏟아낸 말이다. 김 보좌관은 자영업자를 향해서는 “한국 식당 수는 일본의 3배에 가깝다”며 “왜 해외에 안 나가느냐”고 말했다. 국가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책임자가 할 소리인가 싶다. 논란이 되자 김 보좌관은 “신남방 정책 책임자로서, 아세안·인도 등에서 새로운 기회와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쳤다. 국민에 대한 비아냥마저 느껴진다. 고용난과 불황으로 고통받는 국민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말 폭력에 가깝다. 당장 취직을 걱정하고, 하루하루 장사를 걱정하는 구직자와 자영업자한테 남 이야기하듯 해외로 진출하라는 조언에 누가 공감할 수 있겠는가. 댓글에서는 “네가 가라, 신남방”이란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무리한 정책 실험으로 어려운 경제에 주름을 더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산업 구조의 격변 속에서 경제 활력을 꾀하는 정책 대신 각종 규제와 친노조 정책으로 기업을 옥죄었다. 그 결과가 일자리 참사와 자영업자 몰락이다. 그 책임을 져도 모자랄 청와대 관계자가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책임 전가로밖엔 느껴지지 않는다. 일자리를 찾아 수백만 명이 국외로 탈출한 베네수엘라의 비극마저 떠오른다. 현재 여당은 전 정부에서 청년들에게 중동 진출을 권하자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땜질 처방”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 비판이 오롯이 돌아오고 있다. ‘해피 조선’을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의 희망을 앗아가는 정책 오류부터 바로잡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