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감독은 '떠날 준비 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독일 월드컵이 한창이지만 벌써 짐쌀 준비를 하고 있는 감독이 많다.

성적이 좋은 감독은 몸값이 올라 더 나은 대우를 약속해주는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고,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낸 감독은 쫓겨날 운명이다. 언제든 떠날 수 있게 여권.비행기표.여행가방 세 가지를 필수품으로 준비해야 하는 감독들의 '요지경 세상'을 뉴욕 타임스가 22일 소개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이어 이번 독일 월드컵 본선에 연속 진출한 20개국 중 감독을 바꾸지 않은 나라는 잉글랜드.스웨덴.미국.코스타리카 4개국밖에 없다.

가나 대표팀 라토미르 두이코비치 감독은 "감독은 항상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클럽팀과 달리 국가대표팀은 다른 선수들을 데려다 쓸 수 없다. 감독의 역량 못지않게 선수의 기량에 따라 성적이 결정되지만 대부분의 책임은 감독에게 돌아간다.

브루스 어리나 미국 감독은 "어떤 나라는 한 경기만 못해도 감독을 갈아치운다"며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인내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8년째 미국팀을 맡고 있는 최장수 대표팀 감독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1994년 이후 15명의 감독이 들락거렸다. 16강 진출이 죄절된 이번 대회서도 브라질 출신 마르쿠스 파케타를 대신할 16번째 감독이 영입될 수도 있다.

월드컵은 국가대항전이지만 대표팀 감독에는 국경이 없다. 본선 진출 32개국 중 15개국의 감독은 다른 나라 출신이다. 심지어 축구 종가인 잉글랜드마저 스웨덴 출신의 스벤 예란 에릭손이 맡고 있다. 축구 강국 출신의 감독들은 인기가 좋다. 본선 진출 32개국 감독 중 브라질.네덜란드인은 4명, 프랑스인은 3명이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가장 짐을 많이 싼 감독은 17개국을 돌아다닌 독일인 루디 구텐도르프다. 토고 감독 오토 피스터도 아프리카 7개국의 대표팀을 맡았다.

2002년 한국을 4강에 오르게 한 데 이어 호주를 32년 만에 본선에 진출시킨 거스 히딩크는 '기적을 창출하는 감독'으로 정평이 나 있다.

세르비아 출신의 보라 밀루티노비치 감독도 행운아다. 본선에서만 멕시코.코스타리카.미국.나이지리아.중국 등 5개국 감독을 맡았다. 이 중 중국을 제외한 4개국을 16강에 진출시켰다. 이번엔 온두라스 대표팀을 이끌었지만 지역예선도 통과하지 못했다.

한경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