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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 뜸해진 면세점 몸부림 발렌타인 21년산이 5만원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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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해 11월 개장 당시의 현대백화점면세점 .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개장 당시의 현대백화점면세점 . [연합뉴스]

지난 26일 저녁, 네이버 카페 ‘스사사(스마트 컨슈머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현대백화점면세점(현대백면세점)에서 ‘발렌타인 21년’(사진) 위스키를 5만8586원에 구매했다는 후기가 올라왔다. 백화점 판매가(21만8000원)의 3분의 1 수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11만5000원) 기내 면세점가의 절반 수준이다. 현대백면세점을 비롯해 롯데·신세계 면세점의 발렌타인 21년산 판매가는 14만원대(127~128달러) 수준이다.

경쟁 격화 면세점업계 진풍경 #빅3에 밀리는 후발 현대백 면세점 #40% 할인, 3만원 선불권 파격행사 #매장 문 열기 전 ‘반값 득템’ 행렬

발렌타인 21년산 위스키. [페르노리카 코리아]

발렌타인 21년산 위스키. [페르노리카 코리아]

고가 위스키를 ‘반값 득템’한 비결은 최근 현대백면세점이 내건 할인·선불권 덕택이다. 글을 게시한 소비자는 “양주 할인 40%에 선불권(일정 금액 이상 구매를 전제로 지급하는 쿠폰) 3만원을 추가로 할인받았다”며 “선불권을 받기 위해 300여 명 정도가 줄을 서 있었다”고 했다. 이어 “카카오페이로 결제하면 추가로 1만원 할인권을 더 얹혀준다”고 덧붙였다.

실제 현대백면세점 고객데스크는 선불권을 받으려는 소비자로 북새통을 이뤘다. 지난 27일 방문한 한 소비자는 “9시에 왔는데 줄이…오늘 하루 지옥 예상”이라고 적었다. 마치 ‘다이공(代工·중국 보따리상)’이 고가의 화장품 세트를 먼저 사기 위해 새벽부터 면세점 앞에 줄을 서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스사사’엔 “8층 (한국인 대상) 고객데스크는 복잡하니 10층 외국인데스크로 가라”는 팁도 올라와 있다.

현대백면세점은 오는 31일까지 한국인 멤버십 고객을 대상으로 선불카드 3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이밖에 럭셔리 브랜드 신상품 최대 25% 선불카드 할인(구매 후 최대 35만원), 150달러 이상 구매 시 가습기 증정 등을 내걸었다. 이 밖에도 통신사와 연계한 다양한 할인을 진행 중이다. 현대백면세점 관계자는 “개점 후 첫 명절에 맞아 내국인 대상 파격적인 할인 프로모션을 내걸었다”며 “업계 평균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쟁사의 주류 할인 폭은 5~20% 선이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현대백면세점은 줄곧 한산했다. 면세점 주 고객층인 중국 단체관광객(유커·游客)과 다이공의 발길이 뜸했기 때문이다. 유커와 다이공은 송객수수료를 따라 움직이는데, 현대백면세점은 경쟁사에 비해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롯데·신라·신세계 등 기존 강자와 수수료 경쟁을 해봐야 ‘머니 게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황해연 현대백면세점 대표도 개점 당시 “수수료 경쟁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경쟁사는 명동에 몰려 있지만, 현대백면세점은 강남(압구정동)에 외떨어져 있다는 지리적 핸디캡도 한몫했다.

한국인 대상 프로모션은 이를 만회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내국인 대상으로 프로모션 해봐야 매출은 크게 오르지 않지만, 다이공 유치가 힘드니 이런 정책을 편 것”이라며 “송객 수수료는 여행사·가이드에 지급하는 것과 고객에게 할인하는 ‘페이백’ 등이 있는데, 이를 모아서 내국인 할인에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면세점 업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현대백면세점 관계자는 “영업이 안돼 프로모션을 한 건 아니다. 면세점은 애초 계획대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면세점의 하루 매출은 약 10억원에 그치고 있다. 중견 면세점으로 치는 HDC신라의 하루 매출(약 30억원) 물론 지난해 7월 문을 연 신세계면세점 강남점(15억원)에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면세점 업계는 안팎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특히 중국 당국이 전자상거래법 개정에 따라 다이공에 대한 규제 강화를 예고하고 나서 한국 면세점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면세점 전체 매출은 18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2010년(4조5000억)보다 4배 이상 성장했다. 반면 경쟁은 더 치열해져 영업이익률은 그에 못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빅3보다 영업력과 구매력(바잉파워)에서 밀리는 후발주자와 중소 면세점은 더 열악하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송객수수료도 발목을 잡았다. 윤호중 의원실에 따르면 2016년 9000억원이었던 송객수수료는 2017년 2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2017년 면세점 시장 규모가 14조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14% 이상의 매출이 송객수수료로 사용된 셈이다. 이를 지난해 매출을 토대로 추산하면 2조6000억원 가량 된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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