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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격 시비의 '키' 당 선관위 아닌 상임전국위에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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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자유한국당 전당대회(2월 27일) 출마 자격 논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나왔다.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판단이 넘겨진 상황에서 ‘당헌ㆍ당규를 유권해석할 고유 권한은 선관위가 아닌 상임전국위원회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 황교안 전 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왼쪽 셋째부터)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정부 규탄대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 황교안 전 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왼쪽 셋째부터)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정부 규탄대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근거는 한국당 당헌 제23조 제1항 제5호다. 이 조항에 따르면 ‘상임전국위의 기능’에 ‘당헌ㆍ당규의 유권해석’이 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당헌ㆍ당규의 법리 해석에 의견이 나뉘는데 유권해석의 권한을 가진 상임전국위가 여러모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선교 전대 의장은 전날 “당 선관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했으니 결론이 날 때까지 논란을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한 의장이 의장을 겸직하는 상임전국위에 해석 기능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 것이다.

이와 관련 한선교 의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유권해석과 관련해 오늘 중으로 당헌ㆍ당규를 면밀히 검토하겠다. 상임전국위를 먼저 거쳐야 하더라도 개최가 어려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큰 혼란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 선관위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당초 29일 회의를 열어 유권해석을 내릴 예정이었지만, 이날 오후 선관위 지도부가 비공개 만남을 갖고 관련 사항을 검토한다. 박관용 선관위원장은 통화에서 “현재 자격 시비가 당내 최고 화두이기 때문에, 추후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이를 면밀히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상임전국위라는 숨은 키가 드러나면서 황 전 총리의 자격 여부에 대한 해석 절차는 ‘①선관위 유권해석→②비대위 의결’에서 ‘①상임전국위 유권해석→②선관위→③비대위 의결’로 한 단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황 전 총리의 책임당원 자격을 인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당내 기류다. 전당대회 의장이자 상임전국위 의장인 한선교 의원은 “인재영입에 대한 상식적인 관점에서 판단하겠다. 과거 선례를 봐도 우리는 당의 발전을 위한 융통성 있는 결정을 많이 해왔다”고 말했다.

실제 2년 전 19대 대선 당시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정치 신인에 대한 책임당원 자격 부여가 여러 차례 이뤄진 적이 있다. 류여해 전 최고위원도 2017년 입당 4개월 만(당시 책임당원 자격은 당비 6개월 납부 후 부여)에 지도부에 입성했다.

최종 결정은 비대위가 하지만, 비대위가 상임전국위의 유권해석을 거스르는 게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비대위의 한 관계자는 “당헌ㆍ당규의 뜻을 수용할 것이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부결 전략 등 치졸한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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