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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in뉴스] 금감원 뽐내지만 … 담보대출 억제책 외국 문의에 으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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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감원 이장영 부원장보는 22일 "홍콩 금융관리국(HKMA)이 부동산과 관련한 한국의 금융대책에 대한 자료를 보내 달라고 요청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이 부원장보는 12일 국제회의에 참석했다가 홍콩에서 HKMA의 윌리엄 라이벡 수석부총재를 만났습니다. 이런저런 대화 도중 금감원이 지난해 6월 투기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을 아파트 시세의 60%에서 40%로 강화했다는 내용이 소개됐습니다. 이 부원장보는 "부실 위험을 감지하는 조기 경보 시스템을 미리 가동하고, 해외 부동산 대책 사례를 조사해 해당 부서에 아이디어를 줬더니 이런 제도가 탄생했다"고 자랑했습니다.

말하자면 어떤 나라보다 일찍 선제적으로 감독을 강화해 담보대출이 과열될 경우 우려되는 금융회사와 가계의 연쇄 부실을 막았다는 자찬이었죠. 라이벡 부총재의 귀가 번쩍 뜨였던 모양입니다. 당시 유엔 아태경제사회이사회(ESCAP)가 "서울.홍콩 같은 곳에 부동산 투기가 있다"고 경고했기 때문이죠. 라이벡 부총재는 "홍콩은 LTV가 평균 70% 수준에서 왔다 갔다 한다"며 금감원에 대출 규제 대책의 배경과 대상 회사, 기대효과 등에 관한 자세한 자료를 요청했다고 합니다.

이 부원장보는 또 "뉴욕에서 만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관계자가 '미국 주택 거품이 붕괴하면 금감원 팀원을 기술적 자문단으로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하더라"는 일화도 전했습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FRB도 한국의 부동산 대출 규제 기법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는 것이죠.

홍콩의 부동산 값이 최근 급등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현지 주재원들 얘기를 들어보면 금감원의 자랑에 고개가 갸우뚱거려집니다. 한 주재원은 "홍콩이 우리보다 LTV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대신 훨씬 깐깐하게 신용도 심사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나름대로 대비책이 있다는 것이지요. 이와 관련, 금융계의 한 인사는 "홍콩 측이 금감원 자료를 달라고 한 것은 의례적인 차원이 아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A은행의 한 임원도 "LTV를 갑자기 줄일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을 파악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HKMA 은행개발부 간부도 "홍콩은 2003년 크레디트뷰로(CB.개인 신용정보 공유 제도)를 강화하면서 대출 문화가 매우 건전해졌다"고 했습니다.

또 금감원은 "선제적 대응을 했다"고 자부하지만 규제가 강화된 뒤 오히려 각종 편법이 속출하고 담보대출이 급증하는 기현상이 나타나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이 '선진적 금융감독'이라고 자랑하는 데 대해 곱지 않은 시각이 많습니다. 특히 선진적이라는 금감원이 최근 '창구(窓口) 지도'란 명분 아래 은행에 '주택담보대출을 줄이라'며 직접 팔을 비틀고 나선 게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홍콩과 미국의 감독당국이 이런 방식까지 배우려 할지 궁금합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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