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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하늘의 별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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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는 구두 창구지도에 나서면서 시중 은행들의 대출 증가세가 빠르게 꺾이고 있다. 올 들어 심해진 은행의 과당 경쟁이 부동산 값 상승의 원인이 된 만큼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갑작스런 대출 억제가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팍팍 줄어드는 주택 담보대출=22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금융감독원이 공문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규제 사항을 철저히 준수하고, 외형 확대를 위해 대출을 무리하게 늘리지 말 것"을 주문하면서 대형 시중은행들이 바짝 몸을 낮추고 있다. 15일과 19일의 은행별 신규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을 비교해보면 신한이 448억원에서 142억으로 준 것을 비롯, 국민(754억→210억), 우리(160→95억), 등이 모두 큰 폭으로 줄었다. 가산금리를 최고 0.8%포인트 올린 하나은행은 15일에 330억이나 증가한 주택담보대출이 16일에는 90억 감소한 것을 비롯, 19일(-250억), 20일(-90억원)모두 큰 폭으로 줄었다.

지점 현장에서는 이번 주 들어 대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분당 정자동의 고급 주상 복합촌에 있는 A은행 지점도 이번 주부터 대출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에게 가급적 다음달 대출받을 것을 권하고 있다. 생활자금 마련을 위해 21일 A은행에 추가 주택담보 대출 문의를 했던 Y씨는 "대출 담당 직원 설명이 '본부 지시로 이번 달은 쉽지 않다. 급한 돈이 아니라면 다음달에 다시 얘기해보자'고 말해 황당했다"고 전했다.

올 들어 가장 적극적으로 대출 경쟁에 나섰던 우리은행도 분위기가 확 변했다. 우리 은행은 4.5월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1조 7000억원, 1조 2000억원에 달해 과열을 주도했다는 비난을 사왔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지난 8일 은행 중 가장 먼저 주택담보 대출 가산 금리를 올린 데 이어 이번 달 신규 대출목표증가액도 지난달의 절반 수준(6000억원)으로 정했다. 신한은행도 주택대출시 반드시 본점 승인을 받도록 해 담보대출을 억제하고 있다.

◆단기간 대출 조이면서 부작용 우려=일부 시중 대형은행들이 이처럼 사실상의 총량목표제를 도입해 대출을 억제하면서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은 꼭 주택구입 목적이 아니라 생활 자금 마련 등 갖가지 이유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며 "은행이 목표치를 정해 대출 증가를 억제하게 되면 아무래도 부유층보다는 재산이 적고 신용도가 낮은 서민층 대상 대출이 더 많이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은행의 금리 인상 도미노로 기존 대출자들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하나은행(최고 0.8%포인트)을 비롯해 국민.우리은행(각각 0.2%포인트)이 금리를 올렸고, 일부는 다음 달 초 다시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CD금리도 지난 7일 연 4.36%에서 금통위의 콜금리 인상 이후 꾸준히 올라 21일 현재 4.51%까지 올랐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3.30 대책에도 불구하고 5월에도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이 전달에 이어 3조원 이상 늘어나면서 금융당국이 강한 메시지를 전달했고, 은행도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신용경색으로 실 수요자에게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세심한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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