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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분담금 1300억 갈등…“동맹 위해 유연하게 대처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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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0호 06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이 좀처럼 타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지난해 12월 10차 협상을 앞두고 분담금 대폭 증액을 지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카드로 쓰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수혁 국회 외통위 간사가 밝힌 협상 과정 #미, 1조1300억원 마지노선 돌연 제안 #한, 9999억원 제시해 협상 타결 안 돼 #1년 vs 3~5년, 유효기간도 줄다리기 #인상률은 4~4.5% 논의 … 기존의 4배 #주한미군 감축, 핵 협상 악영향 우려 #“한·미 사이 뜨거운 김 식혀야 할 때”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미 간 이견이 큰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국회 외통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이수혁(사진) 의원에게 협상 뒷얘기와 현재 교착상태에 놓인 이유를 들어봤다.

이수혁

이수혁

미국의 증액 요구로 협상이 결렬됐는데.
“지난해 3월부터 아홉 차례의 협상을 통해 한·미 간 이견을 상당히 좁혔다. 미국은 1차 협상 때 지난해 9602억원에서 무려 50% 증액된 1조4400억원을 요구했지만 협상을 거듭하면서 상당 부분 낮춘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도 최초 9000억원 미만에서 시작해 9999억원까지 올려 격차를 많이 줄였다. 그런데 10차 협상 때 미국이 돌연 12억5000만 달러(약 1조4125억원)라는 최초 요구액과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가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미국의 요구액 진폭이 지난 10개월간 이례적으로 매우 컸다(그래픽 참조).”
왜 미국의 입장이 갑자기 바뀌었나.
“10차 협상 직전 트럼프 대통령의 훈령이 내려온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 주장의 근거는 뭔가.
“1차 회의 때 미국은 주한미군 주둔 경비를 매년 평균 9%씩 올렸는데 한국은 물가인상률을 토대로 2% 미만으로 올렸으니 5년간 누적된 격차를 회복하려면 상당한 증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들었다. 같은 맥락일 거라고 이해한다.”
전략자산 전개 비용 분담도 요구했는데.
“방위비 분담금은 군사건설비·군수지원비·인건비 등 3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는데 미국이 이번에 작전 지원 항목 신설을 요구했다. 하지만 우리는 수용 불가 입장을 끝까지 견지했고, 미국도 사실상 요구를 거둬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
협정 유효기간도 논란거리다.
“1991년 첫 SMA 이후 2~3년으로 하다가 지난 10년은 5년으로 합의했다. 이번엔 9차 협상까지 3~5년으로 의견이 좁혀졌는데 미국이 10차 협상 때 갑자기 1년을 들고 나왔다. 미국은 올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일본 등과 2020년도 분담금 협상을 할 예정인데, 한국까지 포함해 일종의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1년으로 할 거면 2019년도 분담금의 경우 지금처럼 물가인상률만 반영해 잠정 합의한 뒤 다시 협상하자고 제안했는데 미국은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연간 인상률도 대략 타협을 봤다던데.
“9차 협상 때까지만 해도 대략 4~4.5% 범위 내에서 타결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 같은 인상률은 2014~2018년 분담금의 경우 전전년도 소비자 물가인상률을 반영해 연 1% 안팎씩 인상했던 것과 비교할 때 4배가 넘는다. 2019년도 분담금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이후 인상률을 과거보다 대폭 올리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됐던 것으로 분석된다.

10차 협상 결렬 이후 상황 변화는 없나.
“지난해 말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나 5000만 달러(약 565억원)을 낮춰 12억 달러(약 1조3560억원)를 제안하면서 어떤 경우에도 10억 달러(약 1조1300억원) 이하로는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하게 주장했다고 한다.”
미국이 분담금을 주한미군 감축 문제와 연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내에도 그런 우려가 있다. 예를 들어 오는 7월 주한미군 2사단 1보병여단 장병 4500명이 순환 배치될 예정인데, 미국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재배치가 이뤄지지 않거나 적게 배치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감군이 되는 셈이다.”
비핵화 협상과 연계될 가능성은 없나.
“지난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만났을 때 분담금 협상이 북핵 협상에도 매우 연관돼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주한미군 규모 축소는 북한에도 매력적인 카드 아닌가.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기 위한 미국의 상응조치로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어떻게 할 요량인가.
“우리 정부의 입장은 굉장히 견고하다. 장원삼 방위비분담협상 대표 중심의 실무협상팀과 별도로 강 장관과 정 실장이 나선 이유다. 개인적으론 미국이 마지노선으로 요구한 10억 달러(약 1조1300억원)와 한국 안(9999억원)의 중간 선에서 절충하면 어떨까 싶다. 국민 세금은 당연히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지만 1300억원 때문에 협상이 깨져 한·미 동맹에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지금은 한·미 간에 잔뜩 끼어 있는 뜨거운 김을 좀 식혀야 할 때다.”
국회 분위기는 어떤가.
“예전엔 분담금이 1조원을 넘기면 곤란하다는 기류였다. 여당 내에도 급격한 증액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했다. 하지만 한·미 동맹과 북·미 비핵화 협상을 감안해 합리적 수준에서 조속히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쪽으로 점점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야당은 최초에 우리 제시액(9000억원)이 너무 낮았던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데, 분담 규모가 컸던 평택기지가 완공된 점을 감안할 때 합리적인 초기 제안이었다고 생각한다.”
언제쯤 타결될까.
“국회 외통위 성명서에는 협상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시한을 명시하지 않았다. 그렇더라도 이달 말까지는 합의됐으면 싶다. 양국 모두 한·미 동맹의 미래를 위해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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