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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울시의 설익은 정책이 혼란 부추긴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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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0호 30면

서울시가 내놓는 정책들이 논란과 혼선을 일으키고 있다. 시민 여론 수렴과 중앙정부 부처와의 사전 협의가 충분히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불쑥 발표부터 하다 보니 빚어진 문제다. 서울시가 지난 21일 발표한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시는 국제 공모라는 형식을 거쳐 10년 만에 광화문을 전면적으로 ‘재수술’하는 정책을 발표했으나 적잖은 후폭풍을 맞고 있다. 이 때문에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공개 설전까지 벌였다. 서울시는 광화문 앞에 역사광장을 조성하면서 정부서울청사 앞마당을 포함하는 조감도까지 공개했으나 청사를 관리하는 행안부와는 사전 협의를 마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급기야 김 장관은 그저께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시의 설계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급제동을 걸었다. 박 시장의 일방적인 정책 발표에 같은 정당 소속인 중앙부처 장관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서울시가 사전 조율을 깔끔하게 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다.

앞서 GTX-A노선 광화문역 신설 방안은 서울시가 국토교통부와 비용 분담 등의 협의를 마무리하지 않은 단계에서 발표해 설익은 정책을 내놨다는 지적을 받았다. 세종대왕상과 이순신장군상을 이전하고 촛불 이미지를 광장에 새기는 방안에 대해서도 안팎에서 논란이 거세다.

큰 원칙 없이 다소 즉흥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바람에 논란을 빚은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서울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사업은 철거를 앞둔 막판 단계에서 서울시가 갑자기 정책 방향을 수정했다. 을지면옥·양미옥 등 노포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뒤늦게 제기되자 박 시장이 “보존을 위해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하면서 13년간 추진해온 사업에 급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여름에는 박 시장이 용산과 여의도 통개발 방침을 언급했다가 집값 폭등을 야기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서둘러 추진 보류로 돌아서기도 했다. 시민들은 재임 9년째인 사상 첫 3선 시장에게 노련함과 안정감을 기대하고 있다. 원칙 없이 오락가락하면 신뢰가 떨어지고 시민도 불안해하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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