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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팔수록 곳간 빈다···'매출 150조' 현대·기아차 역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의선 효과’ 못 누린 현대·기아차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중앙포토]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중앙포토]

차는 잔뜩 팔았지만 남는 게 많지 않았다.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의 81.1%를 점유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실적이다.

현대자동차가 24일 2018년 경영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기아자동차도 25일 지난해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양사 발표를 종합하면 지난해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줄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현대차와 기아차의 지난해 매출액은 151조4214억원. 사상 처음으로 매출액이 150조원을 돌파했다. 전체적으로 가격이 비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 비중이 높아지면서 자동차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라갔고, 총 판매대수(739만8975대)도 늘었다.

차도 많이 팔렸다. 현대차(458만9199대)는 2017년(450만6275대)보다 1.8% 많이 팔았다. 중국을 제외하면 2017년 대비 2.6% 늘어난 수치다(378만6794대·도매판매 기준). 기아차 판매대수는 280만9205대를 기록했다(도매 기준). 국내 판매량(52만8611대)이 2.0% 늘었고, 해외 판매도(228만594대) 2.5% 증가했다. 특히 신흥국 판매(82만8212대)가 5.3% 늘어나면서 판매 증대를 견인했다.

기아차 소하리 공장에서 걷고 있는 기아차 근로자. [중앙포토]

기아차 소하리 공장에서 걷고 있는 기아차 근로자. [중앙포토]

문제는 수익성이다. 많이 팔수록 돈도 많이 남아야 하지만 영업이익은 정반대다. 양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조5795억원을 기록했다. 2011~2014년에만 해도 양사 연간 영업이익은 10조원을 초과했었다. 당시와 비교하면 매출액이 20조원 정도 늘었는데도 영업이익이 3분의 1에 그친 것이다.

수익성이 악화한 배경은 환율과 비용 증가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현대차·기아차가 판매량을 확대한 신흥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차를 많이 팔아도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더불어 미래차 산업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비용이 증가한 것도 양사 재경본부 최고담당자가 밝힌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다.

이와 같은 대외적 요인과 더불어 미국·중국 시장에서 판매가 여전히 부진한 것도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016년까지만 해도 가장 많은 차를 팔았던 중국에서 현대차·기아차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여파 이후 여전히 판매 부진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또 시장 트렌드를 놓쳤던 미국시장에서도 뒤늦게 올해부터 기아차(텔루라이드)·현대차(팰리세이드)가 연이어 시장 공략에 나선다.

양사 통합 영업이익은 2.4%. 2011년 영업이익률(9.5%)과 비교하면 4분의 1 정도다.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영업이익률(7.9%·지난해 3분기 기준)과 비교해도 수익성이 상당히 낮은 편이다. 현대차가 3000만원짜리 쏘나타 한 대 팔았을 때 72만원을 벌었다면, 도요타는 같은 차를 팔아도 평균적으로 237만원을 벌었다는 뜻이다.

관건은 중국 판매 회복…판매 10% 늘린다

현대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럭셔리 플래그십 세단 'G90'. [사진 현대차]

현대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럭셔리 플래그십 세단 'G90'. [사진 현대차]

현대차는 반등의 카드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제네시스를 제시했다. 최병철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대형 SUV 팰리세이드와 소형 SUV 신차를 다양한 국가에 출시해 자동차 수요 둔화에 대응하고,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의 SUV(GV80)와 준대형 세단(G80) 완전변경 모델을 연내 출시해 브랜드 인지도를 개선하고 판매경쟁력을 높여 수익성을 회복하는데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8종의 신차를 출시했던 기아차도 올해 추가로 4종의 신차를 선보인다. 주우정 기아자동차 재경본부장(전무)은 “지난해 미국과 중국에서 재고 건전성을 확보하느라 실적은 다소 부진했지만 향후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며 “북미 시장에서 대형 SUV 텔루라이드를 출시하고 소형 SUV(개발명 SP2)와 소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쏘울의 후속 모델을 선보이는 등 SUV 라인업을 개선하면 수익성도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충칭시 현대차 5공장에서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을 만났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충칭시 현대차 5공장에서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을 만났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양사는 모두 올해 중국 시장에서 판매 회복에 특히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대차는 올해 중국 시장 판매 목표를 86만대로 잡았다. 2017년 판매량(79만대)에 비하면 8.8%나 높게 잡았다. 기아차 중국 판매 목표(41만대) 역시 2017년(37만대)과 비교하면 10.8%나 높다. 주우정 전무는 “내부적으로도 중국 시장에 대한 걱정이 많다”며 “재고관리와 딜러망 강화, 신차 출시 등 3가지 전략을 병행하며 중국 판매 목표를 달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 [중앙포토]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 [중앙포토]

한편 현대차는 올해 글로벌 시장 판매 목표로 468만대를 제시했다. 국내 71만2000대, 해외 396만8000대 판매가 목표다. 기아차는 올해 292만대가 목표다. 2017년 대비 3.9% 늘어난 수치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판매 확대와 더불어 수익성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설명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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