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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논란에도 손혜원 지지한다는 목포 시민들, 그 속내는

중앙일보

입력

23일 오후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23일 오후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목포 원도심 집 한 채가 2000만원이야. 이거 좀 오른 게 그렇게 잘못된 건가?”
목포에서 태어나 원도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강성복(65)씨가 던진 질문이다. 목포는 한때 대한민국 3대항으로 꼽히던 도시였다. 그중에서도 원도심은 30년 전 땅값이 평당(3.3㎡) 700만~1000만원을 호가할 정도의 ‘목포 1번지’였다고 한다. 목포시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44건의 부동산 거래 평균 가격은 평당 295만원이다. 30년 전 땅값의 3분의 1 정도 수준이다. 강씨는 “목포는 맨날 이렇게 살아야 하느냐”며 “우리는 다시 주목받고, 조금 잘살게 되면 안 되느냐”고 토로했다.

"목표는 버려진 곳…의혹이 중요한 게 아냐"

지난 19일부터 24일까지 6일 동안 만난 목포 근대문화역사거리 주민 대부분은 “손 의원에 불거진 의혹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23일 손 의원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거리로 나서자 주민들은 “손혜원”을 연호했다. 다음날 손 의원은 “1만여 명의 국민이 나흘 만에 올해 국회의원 후원금 1억5000만원을 모두 채워주셨다”고 밝히기도 했다.

주민들은 ‘목포가 오랫동안 버려진 곳이었다’는 생각을 가진 듯했다. 손 의원의 조카가 건물주로 있는 게스트하우스 ‘창성장’ 옆 건물 주인이자 이곳에서 40년을 살았다는 주민 정성률(84)씨는 “목포 사람들이 김대중 대통령 만들려고 정말 노력했는데 돌아온 게 없었다”고 했다. 정씨는 “목포 국회의원들도 임기 동안 이 골목은 한 번도 안 찾아온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기자회견을 연 23일 전남 목포 역사문화거리 박물관 건립 예정지에서 앞에서 시민들이 떡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기자회견을 연 23일 전남 목포 역사문화거리 박물관 건립 예정지에서 앞에서 시민들이 떡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30년 이상 건어물 가게를 운영해온 김건자(61)씨는 “여기서 한 시간에 차 몇 대나 지나가는지 지켜보라”며 “이번 개발 계획 틀어지면 나는 진짜 못 살 것 같다”고 호소했다.

다만 투기세력은 시민들에게도 걱정거리였다. 원도심에서 50년을 살았다는 주민 김관철(78)씨는 “한국은행 등 모든 금융기관과 공공기관이 밀집해 있던 곳”이라며 “지금은 저녁 5시 이후만 되면 노인이나 여성들은 무서워서 다니지도 못하는 곳이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빛 좀 보려고 하니 투기니 뭐니 시끄러워졌다”고 덧붙였다.

"구도심, 투기 대상 되면 안돼" 

원도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60)씨는 “개발 계획이 많이 알려지기 전 집을 사러 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그때 팔았던 사람은 나중에 근대문화거리 지정됐다는 얘기 듣고 억울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어 “세를 살던 사람은 나가라고도 하니 이게 문제다. 아쉽다”라고 덧붙였다.

주민과 시는 목포를 진정으로 살리기 위해 투기 세력을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목포시 만호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지난 21일 “구도심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다”면서 “투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민 스스로 참여와 감시를 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식 목포시장 역시 22일 “투기세력은 철저히 차단하겠다”며 “이 사업만큼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성공해야 한다는 목포 시민들의 간절한 바람을 담아 철저하고 공정하게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근대역사문화거리 자문위원을 맡았던 김지민 목포대 건축학과 교수는 “목포가 이번에 관심을 받은 만큼 목포에 이렇게 훌륭한 근대 문화거리가 있다는 점을 알려 향후 개발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목포 경제가 다시 살아났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목포=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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