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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의 철수문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주한미군 문제가 다시 논점으로 부각됐다. 그 발단은 지난 17일「고르바초프」가 중국방문중 소련의 극동군 12만명의 감축을 발표하면서『이제 주한미군도 잔류할 이유가 없게 됐다』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전 육군참모총장「마이어」씨가 19일『미국은 남북한간 상호 군축합의가 이뤄진 다음에 주한미군의 일부를 감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표명했다.
주한미군에 대한 미국 측의 견해는 다양하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계속되는 한 지금으로서는 주한 미군을 철수할 시기가 아니라는 현상유지론(「베이커」국무장관), 한국군의 저력이 증강되어 남북간에 군사력 균형이 갖춰진 다음에 미군이 철수해야 하며 그 시기는 95년 이후가 될 것이라는 신중론(「메네트리」주한 미군 사령관)이 있고, 또 한국은 경제력과 인구가 북에 비해 우월하고 한국군이 질적으로 북한군보다 우세하기 때문에 주한미군 철수문제가 지금 거론돼야 한다는 진보주의 이론(「밴도」전「레이건」대통령 보좌관), 한국민이 원하면 북한의 위협이 있어도 미군은 철수해야 하지만 지금 다수의 한국인은 미군철수에 반대하고 있다는 정치적 견해(「아미티지」동아태 담당차관)등이다.
주한 미군은 6·25때 북한의 남침을 저지하기 위해 진주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휴전 후에도 철수치 않고 있는 것은 북한이 인접 공산 대국인 소련·중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군사력을 증가하면서 한국보다 우월한 군사력으로 위협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주둔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전쟁위협의 억지력을 유지하는데 있는 것이다.
소련군에 대한 대응기능이나 균형문제는 2차 적인 것이다. 따라서「고르바초프」의 소련 극동군 감축선언은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군사력 재배치 문제와 필연적으로 연결되지만 주한 미군문제와 직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주한 미군은 언젠가는 반드시 철수해야 하지만 지금은 그 시기가 아니다. 적절한 대책 없이 지금 미군이 철수한다면 오히려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할 위험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주한 미군의 철수가 본격적으로 검토되기 위해서는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몇 가지 사전조처가 마련돼야 한다.
첫째는 남북의 군사력 균형 내지는 감축이다. 지금 북한은 군사적으로 우리보다 우위에 있다. 감군을 위한 군사회담 개최가 논의되고 있으나 그 실현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은 군사력 증강을 자제하는 평화 의지가 있어야 한다.
둘째는 남북간의 상호 불가침 보장이다. 우선 남북간에 무력사용을 포기하는 기본협정이 체결되고 이의 준수와 실천을 보강할 수 있는 주변관계국간의 국제협정이 체결돼야 한다.
이상의 두 가지 조건이 이뤄지기 위해선 환경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즉 북한의 대남 혁명전략이 명시적으로 수정되고 4대국에 의한 남북한 교차승인이 바람직하다.
남북한 문제에서 주한미군 문제를 우선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본말을 전도할 위험이 있다. 그에 앞서 정치적 협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우리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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