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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대에 열심히 벌어도…58세부터는 ‘적자 인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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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창 젊을 때 벌어놓은 임금·자영업 소득만으로는 ‘인생 적자’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애주기상 43세 때 흑자 정점을 찍고 58세 이후론 적자 그래프를 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국민이전계정’ 통계에서다.

임금·자영업 소득으론 인생 적자 #29~57세 흑자 … 43세가 정점 #노동연령층서 거둔 세금 106조 #유년층 57조, 노년층 49조 배분

이에 따르면 2015년 기준 0~14세 유년층은 118조원 적자를 냈다. 소득이 없고 소비만 있어서다. 15~64세 노동연령층은 87조원 흑자, 65세 이상 노년층은 82조원 적자를 각각 냈다. 생애주기 적자 총량은 전년 대비 11.7% 감소한 11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최바울 통계개발원 경제사회통계연구실장은 “소비가 2.8% 늘어난 반면 노동소득이 5.4% 증가해 생애주기 적자 폭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15∼64세 노동연령층이 낸 세금 중 106조원을 정부가 14세 이하에 57조원, 노년층에 49조원을 배분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생애주기별로 보면 태어나서부터 28세까지 적자로 살다 29~57세는 흑자로 돌아섰다. 그리고 58세 이후로는 줄곧 적자가 늘어났다. 쉽게 말해 젊을 때 벌어 유년·노년 때 먹고사는 구조인데 전체적으로는 적자란 얘기다.

국민이전계정은 올해 처음 발표한 국가 통계다. 민간 소득과 정부 재정 등이 세대별로 어떻게 이전·배분되는지, 소비는 어떤 연령에서 얼마나 이뤄지는지 보여주는 재분배 지표다. 생애주기 흑자·적자는 상속 등을 포함한 이전소득과 금융 소득 등을 제외한 순수 ‘노동소득’에서 소비를 빼서 산출했다. 최 실장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경제적 충격·영향을 가늠할 수 있는 통계”라고 소개했다.

1인당 따져봤을 때 유년층 적자는 16세에서 2460만원으로 최대를 기록했다. 노동연령층에서 흑자는 43세에서 1306만원으로 가장 컸다. 소비를 뜯어보면 민간 교육 소비는 16세에서 1인당 511만원으로 최대, 민간 보건 소비는 75세에서 1인당 130만원으로 최대, 민간 기타 소비는 32세에서 1인당 1324만원으로 최대를 각각 나타냈다. 다만 쓰는 돈이 버는 돈보다 많아지는 적자 연령대는 점차 늦어지는 추세로 나타났다.

1인당 노동소득을 소비가 앞지르는 연령은 2010년 56세였다가 2011년 57세로 높아졌고 2015년 58세까지 올라갔다. 고령화에 따라 일하는 노인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015년 65세 이상의 노동소득도 약 19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2.4% 늘어났다.

이번 발표는 1985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케인스학파의 석학 프랑코 모딜리아니의 ‘라이프 사이클 가설’과 상통한다. 소비는 전 생애에 걸쳐 일정하거나 혹은 서서히 증가하는 경향을 띤다.

하지만 소득은 일반적으로 중년기에 가장 높고 유년기·노년기에는 낮다. 모딜리아니는 이 가설에 따라 소비가 현재 소득이나 자산뿐 아니라 남은 생애 동안 기대되는 미래 소득 흐름의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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