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증언 뒤에 거처옮길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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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백담사에 은둔하고 있는 전두환전대통령이 16일 백일기도를 끝냈다.
지난해 11월23일 백담사 은거를 시작한지 거의 반년이 다된 전씨는 지난 2월6일부터 광주혼령의 극락왕생을 빌고 국가발전을 기원하는 백일기도를 시작했왔다.
백일기도를 끝낸직후 국회증언을 할 것이라는 추측은 증언절차등에 대한 전씨측과 정부, 그리고 여야간의 의견이 맞지 않아 성사되지 못했지만 그의 국회증언은 5공청산의 결정적인 한 매듭으로 간주되고 있어 어떤 형식으로든 곧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전씨의 백일기도를 끝내는 회향법회를 하면서 죽은 사람의 영혼을 피안으로 이끌기를 기원하는 천도법회도 함께 했다.
이것이 광주사태등에 대한 전씨의 심경을 담은 것인지 모르나 그는 이번 법회에서 발원문을 낭독하는 절차도 생략하는등 특별히 그의 생각을 나타내는 발언들은 하지 않았다.
이날 전씨는 그 동안의 기도로 심고를 다소 씻은듯 밝은 표정으로 신도들과 인사말을 주고 받으며 즐거워했다고 함께 예불에 참석했던 스님들이 전했다.
백일기도의 예불은 삼귀의례로 시작, 반야심경·천수심경등 독경이 끝나면 20분간 나무아미타불관세음보살을 되풀이하며 목탁소리에 맞춰 독송을 하는데 아침·점심·저녁 4차례 같은 의식과정을 반복.
김도후주지는 『승복차림의 전씨부부가 독송을 하면서 「10악참회」를 욀때는 소리높여 독경을 했다』며 『백일기도를 통해 깨우침에 정진, 불심이 더욱 깊어진것 같다』고 했다.
백일기도를 끝낸 회향의식에 앞서 15일 오전9시쯤 허문도씨가 승용차 편으로 맨처음 도착한후 안현태씨와 민정기비서관·딸내외등 친인척, 불교계지도자급 스님들이 속속 당도하면서 조용하던 산사는 북적대기 시작.
특히 오후 4시쯤엔 부산불교연합회 신도 몇명이 전세버스 편으로 도착하는등 외지신도들이 줄을 이었고, 16일 아침 일찍부터 원통등지에서 많은 신도들이 몰려들자 백담사측은 절소유 봉고차등을 동원, 백담분소에서 신분확인이 끝난 신도들을 실어날랐다.
그러나 백담사 주변에는 청와대 경호실 요원들이 증원되고 경비전경들의 숫자가 늘어나는등 철저한 경비가 이루어졌다.
특히 사전에 연락을 취하고 비표를 받지 않은 사람들은 경내입장이 불허되고 등산객일 경우에도 8㎞밑에서 걸어들어 가도록 하는등 삼엄했다.
보도진의 취재도 철저히 봉쇄돼 일반 등산객들과 마찬가지로 관리사무소 아래 5백m 지점에 설치된 바리케이드 앞에서부터 걸어들어가도록 했으며 경내 접근도 할수 없도록 조치했다.
한때 법회에 대한 보도나 참관만은 허용한다는 소문도 있었으나 모두 취소됐다.
그의 발언이나 행동이 바깥으로 어떻게 비쳐질지 주변이나 정부측이 모두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씨의 국회증언은 방법상의 이견이 있지만 조만간 실현될 것으로 보고있다.
민정당 박준규대표는 15일 『특위매듭에 전전대통령의 증언이 문제되지는 않을것』이라고 단언, 증언실현에 대한 낙관적 기대를 나타냈다.
백일기도기간에 전씨측에선 그의 법정대리인인 이양우변호사가, 여권에선 김윤환민정당총무가 창구가 돼 수차례 절충이 있었고, 최근엔 채문식고문이 백담사를 방문, 전씨의 의중을 짚어보았다. 특히 김총무는 증언에 대한 여야 절충이 이뤄지는대로 백담사에 직접 찾아가 정황등을 설명할 계획이다.
다만 문제가 되고있는 조건은 여야합의에 의한 「사후보장」이다.
민정당이(또한 전씨가) 바라는 바대로 전씨증언이 곧 특위활동의 끝내기 의식이 되려면 그의 내용을 포함한 어떤 문제로도 야당측이 더이상 문제삼지 않는다는 확약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정당이 야당에 제시하고 있는 사후보장은 크게 보아 △증언방식 △시기 △내용등 3가지다. 이중 증언방식, 즉 전씨가 사전에 작성된 답변서를 들고 나와 1회 비공개로 증언한다는데는 여야가 이미 상당한 접근점을 찾고있다.
민정당측은 중진회의에서 5공청산문제를 일괄 타결지을때 전씨증언도 함께 마무리할 생각이나 야당측이 얼마만큼 수용할지가 관심이다.
앞으로 전씨가 백담사에 얼마나 더 머물까하는 것도 관심거리다.
허문도씨가 경남 고성의 한사찰을 천거했다는 소문도 있고 월정사나 가까운 사찰로 옮긴다는 말도 있지만 주변에서는 모두 낭설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해외장기여행 소문에 대해서는 더더구나 펄쩍뛰며 부인하고있다.
11월23일 은둔후 전씨부부의 산사생활은 1백75일이 되는데 앞으로도 절생활에 더 정진할 것이라는게 스님들의 예측.
전씨 부부에게 설법과 선문답등을 통해 불심을 도운 김혜법신흥사주지는 『백일기도가 끝났지만 전씨부부가 절을 완전히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백담사에서 새삶의 진리를 깨우친 까닭에 바깥세상에 나가더라도 백담사를 중심한 거처는 변함이 없을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지는 『전씨부부가 오대산의 적멸보궁 같은 부처님 진신사리가 봉안된 유명사찰을 보고싶어 한다』며 『국내에 있는한 백담사를 본거지로 전국의 유명사찰을 두루 참배하며 불교를 통한 깨우침을 계속할 것 같다』고 했다.
전씨측은 아무말이 없으나 그의 대리인인 이양우씨는 조심스럽게 서울 이주설을 타진하고 있지만 여론의 방향등을 감안해 아직 아무 결론을 못내리고 있다.
그러나 백담사측 생각은 일단 정리돼 있는 듯하다. 즉 국회증언문제가 매듭지어질 때까지는 백담사에 계속 머물고 국회증언이 이뤄질때 거처를 옮긴다는 것이다. 국회증언의 실현은 곧 전씨문제의 종결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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