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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김정은도 초조하다…스톡홀름 산골의 비밀협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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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스톡홀름 외곽 산골에 있는 회담장의 입구를 무장경찰들이 지키고 있다. [스톡홀름=김성탁 특파원]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 산골에 있는 회담장의 입구를 무장경찰들이 지키고 있다. [스톡홀름=김성탁 특파원]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스티븐 비건 미 대북 특별대표. 북핵 협상의 새 라인인 두 사람이 드디어 만났다. 장소는 스웨덴 스톡홀롬 중심부에서 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외딴 산골 휴양시설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 앞두고 합숙 '끝장 협상' 시작 #스톡홀롬 도심서 1시간 떨어진 산중 휴양시설 #하루 한팀만 받는 고급 시설…무장경찰 경비 #한국도 참석…비핵화 이견 좁힐 지 주목 #

 두 사람은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논의할 ‘고위 레벨의 실무그룹’으로 표현한 당사자다. 비건 특별대표가 “가능한 한 빨리 보자고 초청장을 발송했다"며 공개 구애를 했지만, 최 부상과 일정은 번번이 빗나갔다.

 스웨덴에서의 첫 만남은 최 부상이 먼저 도착해 이틀을 기다렸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오후 스톡홀름에 도착한 최 부상은 주스웨덴 북한 대사관에 머물며 스웨덴 마르고트 발스트룀 스웨덴 외무장관을 면담했다. 비건 특별대표가 19일 오후 스웨덴에 도착하자마자 최 부상은 회담 장소로 이동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날 입국하면서 “대화의 기회를 마련해 준 스웨덴 정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스웨덴 정부가 마련한 회담장에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이끄는 한국 대표단도 머물고 있다.

스톡홀름 외곽 회담장으로 주스웨덴 한국대사관 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스톡홀름=김성탁 특파원]

스톡홀름 외곽 회담장으로 주스웨덴 한국대사관 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스톡홀름=김성탁 특파원]

 19일 찾아간 회담장 ‘하크홀름순드 콘퍼런스'는 눈이 얼어붙은 깜깜한 산길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외딴곳이었다. 홈페이지에는 회의와 숙식이 가능한 시설로 하루에 예약을 하나만 받는다며 “방해 없이 만나 협상을 할 수 있는 장소"로 소개돼 있다.

남북미 실무회담이 열리고 있는 스톡홀름 외곽 ‘하크홀름순드 콘퍼런스'의 내부 시설 [홈페이지]

남북미 실무회담이 열리고 있는 스톡홀름 외곽 ‘하크홀름순드 콘퍼런스'의 내부 시설 [홈페이지]

 회담이 열리는 시설 입구는 무장 경찰들이 철통 경비를 서고 있다. 이날 외무부를 방문한 뒤 회담장으로 이동하는 최 부상 일행의 차량을 취재진이 따라가자 경찰차가 도로를 가로막고 저지했다. 최 부상은 회담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일체 함구했다. 회담장에는 주스웨덴 한국대사관 차량이 드나드는 모습도 목격됐다.

 남ㆍ북ㆍ미 회담 참가자들은 이날 밤까지도 이 시설에 머물렀다. 최 부상과 비건 특별대표는 만찬을 함께 하며 상견례를 한 셈이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관련 의제는 20일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미 실무회담이 열리고 있는 스톡홀름 외곽 ‘하크홀름순드 콘퍼런스'의 내부 시설 [홈페이지]

남북미 실무회담이 열리고 있는 스톡홀름 외곽 ‘하크홀름순드 콘퍼런스'의 내부 시설 [홈페이지]

 회담에서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미를 계기로 2차 북미 정상날짜가 2월 말로 잡힘에 따라 이견을 조율하는 작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한 달여밖에 시간이 남지 않아 이 실무협상의 진척 여부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비건 특별대표와 최 부상은 구체적인 북·미정상회담의 일정과 함께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합의 사안인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단 구성과 파견 일정에 대해서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에 대한 신뢰 조치로 내놓은 이 사찰단의 활동 범위와 파견 시기 등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9일(현지시간) 스웨덴 외무부를 방문한 뒤 나오고 있다. [스톡홀름=김성탁 특파원]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9일(현지시간) 스웨덴 외무부를 방문한 뒤 나오고 있다. [스톡홀름=김성탁 특파원]

 스웨덴은 지난해 3월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북·미회담을 앞두고 방문했던 곳이다. 1973년 북한에 대사관을 개설한 이후 중단 없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북한에서 미국과 캐나다, 호주의 영사 업무도 대리한다. 스웨덴은 판문점에서 중립국 감독위원회(NNSC)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미국을 주축으로 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해 있지 않다.

스티븐 비건 미 대북 특별대표 [AP=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 대북 특별대표 [AP=연합뉴스]

 스웨덴 외무부는 이번 회담과 관련해 “규모를 축소한 회담이 열리고 있으며, 국제문제 전문가 몇 명도 참석했다"고 발표했다. 발스트룀 외무장관은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회담에 성과가 있을지는 관련 당사국들에 달려있다"며 “결과를 좋게 하는 데 스웨덴이 기여할 수 있다면 기꺼이 도움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톡홀름=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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