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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철골, 널브러진 폐자재…케어 안되고있는 ‘케어’의 동물보호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동물권단체 '케어'의 내촌보호소에 개들이 수용돼있다. 윤상언 기자

동물권단체 '케어'의 내촌보호소에 개들이 수용돼있다. 윤상언 기자

17일 오후 동물권단체 ‘케어’가 운영하고 있는 공식 동물보호소 중 하나인 ‘내촌 보호소’는 방치된 것과 다름없는 상태였다. 건물 곳곳이 녹슬어있고 주위에 폐자재가 널브러져있었다.

경기도 포천시에 위치한 내촌 보호소는 개 200여 마리를 수용하고 있었다. 화물 컨테이너 4개와 슬레이트 축사로 이뤄진 시설이었다. 녹슨 컨테이너에는 ‘동물사랑실천협회’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쓰여 있었다. 동물사랑실천협회는 박소연 대표가 설립한 케어의 전신으로 2002년부터 2015년까지 운용됐다. 개들이 수용돼있는 시설 바로 앞에는 커다란 문짝들이 버려져 있었다. 간이 창고에는 녹슬고 낡은 목줄이 쌓여있기도 했다.

17일 오후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케어의 '내촌 보호소'의 모습. 윤상언 기자

17일 오후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케어의 '내촌 보호소'의 모습. 윤상언 기자

보호소 대문 옆에 있는 벨을 누르니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60대 남성이 문 앞을 막아서며 “안돼. 한국 사람 없어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보호소 사정을 잘 아는 이웃 주민은 “그 전에는 개 소리가 많이 났는데 지금은 정말 안 들리는 편”이라며 “박 대표 아버지가 보호소장으로 있으며 관리했는데 3년 전 돌아가신 이후 후임이 없는 거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래 봉사자들도 많이 오고 사료도 대량으로 들어오곤 했다”며 “3년 전쯤 이사한다며 입구에 있는 표지판도 떼고 시설도 열악하게 전락했다”고 전했다. 현재 보호소 안에 있는 200여 마리의 개는 개체 식별이 제대로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어는 개 한 마리를 특정해서 후원하는 시스템을 운영하는데 후원자들은 자신이 후원하는 개가 제대로 잘 보호되고 있는지 조차 파악하기 힘들었다.

동물권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가 케어의 전신인 '동물사랑실천협회'(동사실) 시절에도 무분별하게 안락사를 진행하며 사체를 암매장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6일 동물보호 활동가 박희태 씨는 동사실이 운영하던 사설보호소인 포천의 내촌 보호소 인근에서 암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 사체 발굴 사진을 연합뉴스에 제보했다. 박 씨에 따르면 2011년 6월 그는 포천시 공무원들과 함께 내촌 보호소 안에서 발굴 작업을 하려 했으나 보호소 직원들에 가로막혔다. 이에 박 씨와 포천시 공무원들은 보호소 입구 인근에서 암매장 의심 장소 1곳을 파본 결과 개로 추정되는 사체 3구가 나왔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동물권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가 케어의 전신인 '동물사랑실천협회'(동사실) 시절에도 무분별하게 안락사를 진행하며 사체를 암매장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6일 동물보호 활동가 박희태 씨는 동사실이 운영하던 사설보호소인 포천의 내촌 보호소 인근에서 암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 사체 발굴 사진을 연합뉴스에 제보했다. 박 씨에 따르면 2011년 6월 그는 포천시 공무원들과 함께 내촌 보호소 안에서 발굴 작업을 하려 했으나 보호소 직원들에 가로막혔다. 이에 박 씨와 포천시 공무원들은 보호소 입구 인근에서 암매장 의심 장소 1곳을 파본 결과 개로 추정되는 사체 3구가 나왔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내촌보호소는 동물 보호 활동가 박희태씨가 “2011년 박소연 대표가 안락사한 뒤 묻은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 사체 3구를 발굴했다”고 주장한 곳이다. 박씨는 1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박소연 대표가 2015년 이전에도 자신이 운영하는 보호소에서 동물들을 무분별하게 안락사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당시 포천의 내촌 보호소에서 일하던 한 사람으로부터 “박 대표가 동물들을 안락사한 뒤 보호소 안에 파묻었다”는 제보를 듣고 포천시청 공무원과 점검차 현장을 방문했다. 그러나 이를 전해 들은 박소연 대표가 거세게 막아서며 충돌해 들어갈 수 없었다고 한다.

박씨는 “보호소 입구 인근에 있는 컨테이너 아래 의심 지역을 발굴해본 결과 동물 사체 3구가 나왔다”고 말했다. 당시 발굴된 사체에 대해 박 대표는 "아는 바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포천시도 제재하지 못했다고 한다.

17일 오후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케어의 '내촌 보호소'의 모습. 윤상언 기자

17일 오후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케어의 '내촌 보호소'의 모습. 윤상언 기자

박 대표는 케어 기부금으로 산 땅의 명의를 법인이 아닌 자신 앞으로 해놓은 것을 두고도 비판을 받고 있다. 박 씨는 “박 대표는 2006년부터 동물보호소 부지를 마련한다며 2억원 이상을 모금해왔다”며 “2016년 충북 충주의 부지를 1억8000만원에 매입하면서 단체 명의가 아닌 자신의 명의로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다음 주 초에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또한 박 대표가 훔친 개를 구조견이라고 속이고 축구 구단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기도 성남시 등에 따르면 프로축구팀 성남FC는 2017년 1월 케어가 보호 중이던 그레이하운드 믹스견 ‘비스켓’을 12번째 선수로 영입하고 케어에 1500만원을 후원했다.

‘비스켓’은 개를 자동차에 매달고 달리는 동영상인 ‘악마 비스토’ 사건에 등장하는 개다. 이후 성남시는 비스켓이 구조된 개가 아니라 박소연 대표가 훔쳐온 개라는 민원을 받았다. 비스켓은 학대 피해견이 아니고 박 대표가 주인에게서 훔쳐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이 입증되진 않았다. 서울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작년 3월 박 대표 건으로 진정이 들어온 사건이 있다”며 ‘’그러나 박 대표가 개를 훔쳤다’는 진정인의 진술을 뒷받침할만한 증거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박 대표는 19일 기자회견을 연다.

권유진ㆍ윤상언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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