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흐름따른 「생춤」공연|김현자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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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금까지 저의 춤은 지나치게 테크닉과 공간구성·리듬변화·평면활용등 무용미학에 근거한 안무법에 매달려 박제화되었던것 같습니다. 이제는 인체의 본질인 기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춤, 살아있는 춤을 출것입니다.』
오는 25, 26일 오후 8시 아직 일반에게는 생소하기만 한 「생춤」으로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창작무용 공연을 갖는 한국무용가 김현자씨(42·부산대 무용과 교수)는 이번의 공연이 앞으로 펼쳐질 자신의 춤세계를 특징짓는 한 전기가 될것이라고 단언한다.
5년전부터 기의 훈련을 시작했다는 그는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고, 자연의 생멸은 일종의 에너지라 할 기의 쉼없는 생멸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자연인 인체 속에 존재하는 자연의 섭리를 파악하고 훈련하여 오묘하고 아름다운 인체의 언어춤을 춘다는 것이다.
그가 발표할 작품은 공연시간 20분의 『다시 없음이 되어』와 공연시간 40분의 『늘 함이 없음을 깨닫고』 등 두작품. 자신이 안무하고 홀로 춤추는 『다시·…』는 바람과 풀과 무용수의 관계의 끝없는 변화를 보여줌으로써 「절대고정」이란 있을수 없음을 보여주기 위한 작품.
『늘 함이…·』는 김씨가 안무하고 기훈련을 받은 이혜경 강미선 박미영 정선혜 장옥난등 5명의 무용수가 물질 변화의 관계성을 물리적·시각적으로 보여줄 4개의 얼음기둥 위 아크릴판에서 춤을 춘다.
모든 무용수들은 재량껏 서로 기를 통해 조화를 이루면서 자연스럽게 춤을 추도록 했다. 인위적인 것이 배재된 춤이라는 의미에서 살아있는 춤, 생춤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춤에서 움직임의 의미를 찾지 말고 단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아달라』고 말하는 김씨는 이번 공연을 보다 많은 사람이 볼수 있도록 일체 입장권을 팔지 않는다. 입장료는 한국 전통놀이판의 공동 추렴형식으로 관람후 뜻있는 사람이 내는만큼만 받겠다고.
실험정신이 가득한 김씨의 이번 공연은 부산대교수로 제4회 대한민국무용제 연기상(82년), 제6회 대한민국 무용제대상 (84년) 등을 수상하면서 정통춤으로 탄탄한 기반을 다져온 그의 무용세계 변모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크게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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