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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예천군의원 기소의견 송치…"상해만 적용, 접대부 요청은 무혐의"

중앙일보

입력

예천군의원 전원사퇴 추진위원회와 예천군 주민들이 11일 경북 예천군 예천읍 중앙로에서 해외연수 도중 ‘가이드 폭행사건과 접대부 요구 의혹’을 일으킨 박종철 예천군의원을 비롯한 군의원 전원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예천군의원 전원사퇴 추진위원회와 예천군 주민들이 11일 경북 예천군 예천읍 중앙로에서 해외연수 도중 ‘가이드 폭행사건과 접대부 요구 의혹’을 일으킨 박종철 예천군의원을 비롯한 군의원 전원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경찰이 해외 연수 중 가이드를 폭행한 박종철(54·전 자유한국당) 예천군의원을 17일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박종철 의원에 가이트 때려 상처입힌 혐의 적용 #접대부 요청 건은 관련 처벌법 없어 혐의 없음으로 #연수 항공료 등 경비 부풀리기 없는지 추가 수사 중

박 의원은 지난달 23일 캐나다 토론토의 이동하던 버스 안에서 현지 가이드를 주먹으로 때려 상처를 입힌 혐의(상해)를 받고 있다. 박 의원을 비롯한 예천군 의원 9명과 군의회 사무국 직원 5명은 지난달 20일부터 29일까지 7박 10일간 미국과 캐나다로 해외연수를 떠났다. 당시 버스 안 폐쇄회로(CC)TV 등에 박 의원이 가이드를 폭행하는 장면이 담겼다.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이 외국 연수 중에 현지 가이드를 폭행한 사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인 가이드 A씨가 사건 당일인 지난달 23일 박종철 의원의 폭행 장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연합뉴스]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이 외국 연수 중에 현지 가이드를 폭행한 사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인 가이드 A씨가 사건 당일인 지난달 23일 박종철 의원의 폭행 장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연합뉴스]

현지 가이드는 경북 예천경찰서에 전치 3주 진단서를 제출했다. 경찰은 지난 11일 박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가이드 폭행, 연수 경비 사용처 등을 6시간 정도 조사했다. 박 의원은 현지 가이드를 때린 점을 인정했다. 다만 폭행 동기에 대해서는 가이드와 주장이 엇갈렸다.

박 의원은 "군의회 의장이 가이드와 함께 버스에 타면서 초선 의원들 때문에 일이 힘들다는 등의 험담을 했다"며 "아무것도 모르는 가이드가 이에 동조하자 참을 수 없어 폭행했고, 술은 마시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반면 현지 가이드는 메일로 보낸 진술서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맞았다"며 "술 냄새가 났다"고 주장했다. 둘의 진술이 갈리자 경찰은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이형식 군의장을 불렀다. 이 의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선 기억이 없다"고 했다.

해외연수 도중 가이드를 폭행해 상해혐의로 입건된 박종철 예천군의원이 지난 11일 오후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예천경찰서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해외연수 도중 가이드를 폭행해 상해혐의로 입건된 박종철 예천군의원이 지난 11일 오후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예천경찰서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경찰은 앞서 논란이 된 군의원의 여성 접대부 요구와 폭행사건 합의금으로 공금을 사용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현지 가이드는 "박 의원외에 예천군의원 중 한 명이 해외 연수 중 접대부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군의원은 경찰에 "이동 시간에 가이드에게 '현지에도 노래방·가요주점 등의 도우미가 있느냐 혹시 있다면 피로를 풀 겸 알려달라'고 했지만 없다는 이야기에 더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접대부를 불러달라고 하는 언행만으로는 현행법상 처벌할 수가 없다. 관련 법령이 없어서다. 경찰은 폭행 이후 박 의원이 현지 가이드에게 건넨 합의금 약 5000달러(한화 약 560만원)가 의회 공금이 아닌 박 의원 자신의 돈과 현지에서 다른 의원에게 빌린 돈이라는 것을 군의원의 진술 등을 통해 확인했다.

예천군의원 전원사퇴추진위원회와 예천군 주민들이 지난 11일 오전 경북 예천군의회 앞에서 해외연수 도중 ‘가이드 폭행'으로 물의를 일으킨 박종철 의원을 비롯해 군의원을 잘못 선출한 책임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 발표와 함께 108배를 올리고 있다. [뉴스1]

예천군의원 전원사퇴추진위원회와 예천군 주민들이 지난 11일 오전 경북 예천군의회 앞에서 해외연수 도중 ‘가이드 폭행'으로 물의를 일으킨 박종철 의원을 비롯해 군의원을 잘못 선출한 책임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 발표와 함께 108배를 올리고 있다. [뉴스1]

다만 예천군의회를 대상으로 항공료 부풀리기 등 경비 내용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추가수사를 하고 있다. 예천군의회는 미국 볼티모어 시청·시의회와 페어팩스 카운티 정부, 캐나다 오타와 시청·시의회, 몬트리올 시청·시의회를 방문하는 지난달 연수에서 1명당 442만원씩 총 6188만원의 예산을 썼다.

박원식 예천경찰서 수사과장은 "예천군의회에서 연수 경비명세서를 제출받아 여행경비 사용이 적절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며 "부풀려진 비용은 없는지 여행사 등을 통해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오전 경북 예천군 예천읍 한 도로에서 예천군민들이 예천군의원들의 전원 사퇴를 요구하며 예천군의회로 행진하고 있다. 예천=김정석기자

지난 11일 오전 경북 예천군 예천읍 한 도로에서 예천군민들이 예천군의원들의 전원 사퇴를 요구하며 예천군의회로 행진하고 있다. 예천=김정석기자

박 의원에 대한 경찰 수사는 마무리됐지만, 비난 여론은 여전히 거세다. 박 의원 등에 대한 징계를 추진하고 있는 예천군의회가 박 의원과 함께 연수를 떠났던 군의원만으로 윤리위원회를 꾸려서다. 구체적인 진행 상황도 밝히지 않고 비공개로 진행해 '셀프징계'라는 지적을 샀다. 최한열 예천군농민회장은 "제대로 된 윤리위원회가 열리려면 유권자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리위원회 구성 등에 대한 결과는 오는 21일 군의회 임시회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예천군농민회 등은 예천군 의원의 전원 사퇴를 요구하며 군의회, 예천군 시내 등에서 매일 시위하고 있다. 최 농민회장은 "예천군의 이미지는 이미 바닥까지 떨어졌다"며 "군의원의 전원 사퇴가 답"이라고 했다.

예천=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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