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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방과후학교 대상] 오케스트라·단체줄넘기…친구들과 함께 마음 가꿔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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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 10일 대구경진초 합주실에 모인 오케스트라 단원들. 이제 막 3학년에 올라가는 막내 단원들도 열심히 오케스트라 연습에 참여한다. [송봉근 기자]

지난 10일 대구경진초 합주실에 모인 오케스트라 단원들. 이제 막 3학년에 올라가는 막내 단원들도 열심히 오케스트라 연습에 참여한다. [송봉근 기자]

지난 10일 오전 대구시 북구 경진초 합주실은 방학인데도 학생들로 북적였다. 저마다 악기를 하나씩 든 32명의 학생들은 이 학교 오케스트라 단원들이다. 지휘자가 지휘봉을 휘두르자 아이들은 ‘피가로의 결혼 서곡’(모차르트)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대상 받은 대구경진초

“6학년이 빠지고 연습한지 한달 정도밖에 안돼서 아직 서툴지만 금방 숙달될 겁니다.” 오케스트라를 담당하는 최해권 교사는 “곧 3학년에 올라가는 2학년 단원도 처음 합주에 참여했다”며 웃었다.

아직 어린 티를 벗지 못한 2학년들은 선배들을 따라 조심스럽게 바이올린을 켰다. 음이 정확하지 않았지만 “잘했어”라는 칭찬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올해부터 오케스트라 단장을 맡은 5학년 정아형양은 “서로 틀린 부분을 이야기하고 도와주면서 점점 잘하게 된다”며 “친구들과 힘을 합쳐 연주하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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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교육개발원, 삼성꿈장학재단, 중앙일보가 공동 주관하는 제10회 방과후학교 대상에서 경진초는 대상을 차지했다. 경진초는 전교생이 149명인 작은 학교지만 현악기와 관악기 등 10여개 악기를 갖춘 표준오케스트라를 운영하고 있다.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악기별로 레슨을 받고 아침이나 방과 후에 단원들이 모여 합주한다. 인근 경북대 경북예술문화원의 협조를 받아 각 악기 전공자와 지휘자가 아이들을 직접 지도하고 있다. 오케스트라는 아침 등교 시간 교문 옆에서 연주하는 등교길 음악회를 비롯한 교내 공연을 1년에 10번 이상 치르고 외부 공연 무대에도 3번 이상 오른다.

박화자 교장은 “구도심 학교로 학생 수가 줄고 저소득층과 맞벌이 부모가 많아 방치된 아이들이 많았다”며 “문화적 소외계층인 아이들에게 문화 혜택을 주려고 오케스트라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 교장은 “함께 연주하는 음악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인성교육”이라며 “우리 학교는 오케스트라 뿐 아니라 모든 학생이 음악과 함께하는 생활을 한다”고 덧붙였다.

방과후학교대상 수상자·수상 기관

방과후학교대상 수상자·수상 기관

경진초는 모든 1학년 신입생에게 선물로 오카리나를 나눠준다. 매 학기 5시간씩 ‘오카리나 데이’가 있는데, 이 시간에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교실마다 전문 강사가 찾아와 오카리나를 배운다. 동요와 캐럴 등을 연습해 연말 발표회에서 모든 학생들이 연주한다. 6학년 장수민양은 “학교에 들어와서 오카리나, 바이올린, 첼로, 우쿨렐레 등 7개 악기를 배웠다”며 “앞으로도 음악을 계속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진초는 음악 뿐 아니라 신체활동 프로그램도 강조한다. 대표적인 것이 단체 줄넘기다. 대구시 학교 줄넘기 대회에서 2017년 3위, 2018년 2위에 올랐다. 줄넘기를 직접 지도한 서금원 교감은 “5~6학년만으로 선수를 뽑는 큰 학교들 사이에서 4학년부터 선수가 되는 작은 학교가 2위까지 오른 건 ‘기적’”이라고 말했다.

줄넘기반 아이들은 대회를 앞두고 있을때는 방과후수업 외에도 아침 8시부터 30분씩 연습한다. 대회는 2명이 긴 줄을 돌리면 2분간 14명이 뛰는 방식이다. 한 명만 실수해도 시간 손해가 크다. 5학년 김혜린양은 “처음엔 ‘너때문에 틀렸다’고 하던 아이들도 점점 ‘괜찮아’, ‘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게 된다”며 웃었다. 5학년 기은서양은 “줄넘기를 하면서 협동심과 끈기를 배울 수 있고 키도 더 많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경진초는 예술 체육뿐 아니라 학생들의 여러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마련하고 있다. 학습 부진을 해소하기 위한 공부방, 텃밭에서 직접 채소를 기르는 환경동아리, 전문가에게 배우는 요리반 등 33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대부분 2개 이상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있고, 학생만족도는 97.7%에 달한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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