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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피, 콘테 첼시 감독에 김영권 추천했었다

중앙일보

입력

2013년 중국 광저우 헝다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기념사진을 찍은 김영권(왼쪽)과 리피 감독. [김영권 제공]

2013년 중국 광저우 헝다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기념사진을 찍은 김영권(왼쪽)과 리피 감독. [김영권 제공]

“감독님, 혹시 괜찮은 왼발잡이 중앙수비수가 있을까요?(콘테 감독).”

중국 광저우 시절 사제지간 #리피 "널 아들처럼 생각한다" #제자 콘테 감독에게 김영권 추천 #16일 아시안컵에서 적으로 조우 #

“한국선수 중에 김영권이라고 좋은 선수가 있는데.(리피 감독)”

2016년 어느날. 마르첼로 리피(71·이탈리아) 감독이 식사자리에서 안토니오 콘테(50·이탈리아) 감독과 나눈 대화 내용이다.

잉글랜드 첼시를 이끌었던 콘테 감독.[EPA=연합뉴스]

잉글랜드 첼시를 이끌었던 콘테 감독.[EPA=연합뉴스]

리피 감독은 이탈리아 프로축구 유벤투스 감독으로 콘테를 지도했다. 중앙 미드필더였던 콘테는 1994년~1999년, 2001년~2004년에 리피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리피 감독은 2015년 2월 중국프로축구 광저우 헝다 사령탑에서 물러난 뒤 이탈리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2016년 7월 잉글랜드 첼시 감독에 부임한 콘테가 옛스승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김영권 에이전트인 김성호 FS코퍼레이션 이사는 15일 “2016년 당시 리피 감독이 콘테에게 왼발잡이 중앙수비라며 김영권을 추천했다. 실제로 리피 감독 아들에게 위임장을 받았는데, 아쉽게 계약까지 성사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리피 감독은 콘테처럼 옛제자였던 로베르토 만치니 전 인터밀란 감독에게도 김영권을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피 감독이 김영권(29·광저우 헝다)을 얼마나 아꼈는지 보여주는 일화다.

2014년 중국수퍼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단체사진을 찍은 김영권과 리피 감독. [김영권 인스타그램]

2014년 중국수퍼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단체사진을 찍은 김영권과 리피 감독. [김영권 인스타그램]

현재 중국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리피 감독은 2013년 김영권에게 “널 아들처럼 생각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당시 두 사람은 중국프로축구 광저우 헝다에서 사제지간이었다.

중앙수비 김영권은 그해 중국수퍼리그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기여했고, 리피 감독은 철벽수비를 펼친 김영권을 양아들처럼 아꼈다. 김영권은 “광저우 동료들이 내게 ‘리피 파파(리피 아빠)’라 놀릴 정도였다”면서 “리피 감독은 무섭고 가끔 욕도 하지만, 직접 수비위치를 잡아줄 만큼 열정적”이라고 말했다.

2014년 4월 광저우 헝다와 전북 현대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리피 감독이 김영권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중앙포토]

2014년 4월 광저우 헝다와 전북 현대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리피 감독이 김영권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중앙포토]

두사람은 16일(한국시간) 오후 10시30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알 나얀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적으로 만난다. ‘한국수비의 핵’ 김영권은 ‘늙은여우’ 리피 감독을 막아야 한다.

중국대표팀에 광저우 헝다 소속 선수가 5명(가오린, 정즈, 펑샤오팅, 장린펑, 위안차오)이나 된다. 2012년부터 7년째 광저우 소속인 김영권은 중국을 잘아는 ‘지중파’ 다.

김영권은 월드컵 후 프랑스와 터키에서 러브콜을 받았지만, 소속팀이 이적료를 33억원으로 책정하는 바람에 유럽행이 무산됐다. 그런 광저우가 1군 외국인쿼터(4명)을 미드필더와 공격수로만 채웠다. 광저우에 제대로 발목잡힌 김영권은 광저우 2군에서 경기력이 떨어지지 않게 노력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김영권이 7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AFC 아시안컵 UAE 조별 라운드 C조 필리핀과의 경기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김영권이 7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 AFC 아시안컵 UAE 조별 라운드 C조 필리핀과의 경기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권은 지난 12일 키르기스스탄과 아시안컵 2차전에서 실수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할 뻔했다. 아직까지는 ‘까방권(까임방지권, 잘못해도 비난받지 않을 권리)’이 있다.

김영권은 지난해 6월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에서 2-0 승리의 결승골을 터트리면서 ‘킹영권’이라 불린다. 상대 슈팅 때 핸드볼 반칙에 의한 페널티킥을 내주지 않으려고 뒷짐을 진 채 육탄방어를 펼쳤다. 김영권은 아시안컵을 앞두고 “월드컵 때처럼 뒷짐을 지고 온몸을 던져서라도 아시안컵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아부다비=박린 기자 rpark7@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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