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꺼진 창 12000가구 … 준공 끝나도 빈 아파트 … '악성 미분양'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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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부산시 연제구 S아파트는 지난달 말 입주가 시작됐는데도 저층 10여 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다급해진 업체는 최근 분양가를 5% 깎아주는 행사를 시작했다. 경기도 군포의 K아파트, 이천의 H아파트 등도 집을 다 지어놨지만 미분양 물량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처럼 공사가 끝났는데도 분양이 마무리되지 않은 아파트 수가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지방을 중심으로 분양시장이 급속히 식어가고 있다. 19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5만5465가구로 한 달 전에 비해 4% 늘었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만2228가구로 전달보다 8.7% 증가했다.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1만2000가구를 넘어선 것은 2001년 4월(1만2886가구) 이후 처음이다.

지역별로는 부산이 3월 430가구에서 4월 915가구로, 경기도는 1283가구에서 2130가구로 늘어 분양 후 미분양 물량의 증가 폭이 가장 컸다. 경남(2704가구).경북(1041가구).강원(1201가구) 등지에도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많았다. 하지만 실제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건교부 통계치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서울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한 채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지만 내집마련정보사의 조사에 따르면 서대문구 K아파트, 성동구 D아파트 등이 집을 다 짓고도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 함영진 팀장은 "업체들이 대외 신뢰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지방자치단체에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을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미분양 아파트도 늘고 있다. 2003년 10.29 부동산대책의 영향으로 이듬해 말 6만9000여 가구까지 늘었던 미분양 아파트는 이후 소폭 감소세로 돌아섰다가 올 1월부터 다시 증가세로 반전했다. 이처럼 미분양 또는 준공 후 미분양이 늘고 있는 것은 주택업체들이 청약시장의 호황을 믿고 무리하게 공급을 늘린 데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대책으로 지방 주택시장이 먼저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금리인상에다 대출 규제 등으로 하반기엔 악성 미분양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현.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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