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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젊은이들 희생 많았지만 팔레스타인 체면 세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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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는 최근 하루 이틀간의 문제가 아니다. 이스라엘 국가가 생긴지 50년 가까이 국제적 분쟁이 되고 있지만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본사 정우량기자가 최근 2주일동안 이스라엘을 다녀와 오랜 갈등이 왜 풀리지 않는지 진단한 기사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주>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에서 북쪽으로 약16km. 요르단강 서안 제2도시 라말라는 한낮인데도 인적이 드물다. 모든 상점은 철시상태. 오전 한때 2∼3시간 반짝 사람이 북적거리다가 정확히 오전11시가 되면 문을 닫는다. 이는 비단 이곳 뿐만아니라 동예루살렘을 비롯, 이스라엘 점령지 모두가 똑같다.
거리 담벽 마다엔 아랍어로 구호가 어지럽게 쓰여있다. 전선엔 팔레스타인 국기가 매달려있고, 간혹 만나는 주민들의 눈초리가 매섭다.
마을로 가는 주요도로는 이스라엘군이 약5m높이 양철벽으로 차단해 놓고, 마을입구 5층 건물 옥상에 초소를 세우고 자동화기로 무장한 이스라엘군병사가 하루24시간 교대근무체제로 경계를 서고 있다.
한 이스라엘군 법사는 지금이 회교도들이 금식 기도하는 라마단기간이라 평온한 편이지만 평소 같으면 하루 평균 5∼6회의 「공격」이 있다고 말했다.
이 부대의 지휘관인 「나르키스」 예비역소령(32)은 현직변호사로 예루살렘의 한 법률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최근 팔레스타인인들 봉기이후 예비군들의 동원기간이 60일로 늘었으며 동원되면 주로 시위진압 작전에 투입된다.
기자는 「나르키스」소령의 순찰용 지프에 동승, 시내 퍼트롤에 끼였다. 그는 탄환이 장전된 M16소총을 운전석 옆에 두는 것을 잊지 않았다. 지프가 마을로 들어서는 순간 분홍빛 원피스차림의 한 소녀가 우리를 향해 힘껏 돌을 던지고 달아났다. 순식간의 일인데다 차를 운전하느라 소령은 그 장면을 놓쳤다. 나중에 얘기했더니 그는 관심도 없다는 투였다.
17개월째 계속되는 웨스트뱅크와 67년 6일 전쟁으로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가자지역에서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의 극히 일부의 단면이다.
인티파다-. 봉기를 의미하는 아랍어다. 이 짧은 단어가 지난 1년 반동안 이스라엘·아랍세계 전체를 흔들어 놓고 있다.
인티파다의 시작은 극히 우발적 사건으로 부터다.
87년12월9일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군용트럭과 팔레스타인민간차량이 충돌, 4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건이 사고가 아니라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인식한 팔레스타인인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그들이 폭발한 데는 20년 가까운 장기간의 이스라엘 통치에서 오는 좌절과 이지역내 이스라엘 정착민의 숫적 증가, 그리고 팔레스타인문제에 대한 아랍권에서의 무관심 등 복합적인 것이였다.
곧이어 격렬한 시위가 일기 시작했다. 시위 주도세력은 14∼20세의 젊은층이었다. 이들은 67년 이스라엘에 의한 점령이후 태어난 사람들이다.
가자에서 시위가 발생하자 이스라엘당국은 군을 투입, 초기진압을 목표로 과잉진압으로 대처했다. 과잉진압은 시위를 잠재우기는 커녕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런 악조건에서 인티파다는 PLO에 구원의 메시지였다. PLO는 인티파다 발생 직후「봉기지원을 위한 통일민족지도」를 구성, 점령지역내에서의 총파업 및 납세거부 운동을 지도하는 등 봉기지원체제를 갖췄다. PLO는 봉기발생 후 지금까지 약3백만 달러의 자금을 투입해 왔다.
시간이 갈수록 인티파다는 그 어떤 것보다도 강력하고도 효과적인 정치무기임이 드러났다.
돌과 화염병을 든 어린아이들과 현대식 장갑차와 자동화기로 무장한 이스라엘 군과의 처절한 싸움은 TV를 통해 세계인들에게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비쳤다.
희생자수는 계속 늘어갔다.
발생 17개월째인 현재 비공식사망자수 4백18명, 부상자 수천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스라엘측로 지난 2월8일 현재 사망12명(군인4명·민간인8명), 부상 1천3백15명의 피해를 본 것으로 발표돼있다.
이스라엘측은 팔레스타인측 사망자수가 터무니없이 과장되고 있으며, 서방언론, 특히 TV가 사태를 센세이셔널하게 왜곡보도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인티파다로 인해 이스라엘이 본 피해는 불리한 국제여론말고도 많다. 경제적으로 볼 때 지난해 1년간 인티파다 진압에 투입한 비용이 8억 달러에 이르며 국제여론의 악화로 관광수입이 크게 줄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강한 단결력으로 세계에 유명한 이스라엘국민들 사이에서 점령지 문제를 두고 대내·대외적으로 의견이 서로 대립, 심각한 분열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팔레스타인측은 젊은 목숨들의 희생이 안타깝긴 하지만 이번 봉기가 모처럼 보여준 팔레스타인인들의 민족적자부심(아랍어신문 알 파즈르지 편집인「한나·시니오라」)이며, 팔레스타인문제가 다시 한번 국제정치 초점으로 등장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인티파다, 그것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숙명적 대결의 새로운 형태인 동시에 오랜 시간과 인내를 요하는 남다른 전쟁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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