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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계속되면 한반도 미세먼지 고농도 사례 늘어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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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가 지금 추세처럼 계속된다면 한반도 주변에서 미세먼지 고농도 사례는 더 늘어날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기후센터 이우섭 선임연구원 등은 14일 한국기후변화학회지 최근호에 게재한 '한반도 미세먼지 발생과 연관된 대기패턴 그리고 미래 전망'이라는 논문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연구팀은 우선 2001~2016년 서울 지역의 미세먼지(PM10) 측정자료를 이용해 미세먼지 고농도 사례일, 즉 24시간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당 10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인 날을 골라 대기 패턴을 조사하고,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메커니즘을 분석했다.

북풍 줄고 중국 오염물질 유입 늘어 

중국 산둥성 칭다오의 한 철강공장.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산둥반도 등 중국에서 배출하는 대기오염 물질이 한반도로 더 많이 유입될 수도 있다. 산둥=강찬수 기자

중국 산둥성 칭다오의 한 철강공장.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산둥반도 등 중국에서 배출하는 대기오염 물질이 한반도로 더 많이 유입될 수도 있다. 산둥=강찬수 기자

논문에 따르면 고농도 사례가 발생했을 때에는 한반도 상공에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이 고기압이 북극의 찬 공기 유입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또, 상층의 동서 방향 바람은 한반도보다 북쪽으로 흐르게 된다.
결국 한반도 지역은 차고 건조한 북서풍이 약화하고, 풍속이 감소하게 된다.

겨울철 차가운 북풍의 유입이 줄어드는 대신 한반도 남쪽에서 불어오는 남풍이 우세하게 된다.
또, 중국 산둥반도의 대기오염 물질이 한반도로 유입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처럼 고농도가 발생하는 것은 대기 하층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기온이 올라 대기가 매우 안정되기 때문이다.
오염물질이 대기 상층과 하층 사이에서 확산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고농도 미세먼지 고농도 발생 시 고도와 경도에 따른 기온 편차 분포(북위30~50도 평균치) . 지표 부근의 기온이 평상시보다 상승해 대기가 안정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자료 APEC 기후센터}

고농도 미세먼지 고농도 발생 시 고도와 경도에 따른 기온 편차 분포(북위30~50도 평균치) . 지표 부근의 기온이 평상시보다 상승해 대기가 안정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자료 APEC 기후센터}

한국 미세먼지 지표(KPI) 개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연구팀은 이런 메커니즘을 고려해 한국 미세먼지 지표(Korea Particulate matter Index, KPI)를 개발했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의 대기 패턴을 대표하는 지수인 KPI는 기압이 500hPa(헥토파스칼)을 나타내는 고도, 500 hPa 고도에서의 동서 방향 바람 성분, 850 hPa를 나타내는 고도에서의 남북 방향 바람 성분 등 세 가지 변수 각각과 미세먼지 농도와의 상관관계로부터 구했다.
연구팀은 이를 지구온난화 시나리오(RCP4.5와 RCP8.5)에 대해서 2050~2099년까지 기간 동안 미세먼지 발생 빈도수와 강도를 전망했다.

연구 결과, 온실가스를 상당 부분 감축하는 시나리오(RCP4.5)에 비해 온실가스를 감축 노력을 하지 않는 시나리오(RCP8.5)에서는 KPI 값이 훨씬 크게 예측됐다.
이는 기후변화가 진행됨에 따라 겨울철 한반도에서 대기의 정체를 유발하여 심한 대기오염을 발생시킬 수 있는 기상 조건이 더 자주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한반도 상공에서 고기압이 강화되면서 북풍이 약화하고, 대기가 안정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미세먼지 시나리오별 한국 미세먼지 지표(KPI) 값의 분포. 왼쪽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RCP 4.5 시나리오이고, 오른쪽은 온실가스 감축노력을 하지 않는 RCP 8.5 시나리오다. 파란색은 1950~1999년의 과거 수치이며, 붉은색은 2050~2099년 미래의 예측값이다. 온난화가 더 심하게 진행될수록, 즉 RCP 8.5 시나리오에서 KPI 값이 더 큰 쪽으로 분포한다. [자료 APEC 기후센터]

기후변화 미세먼지 시나리오별 한국 미세먼지 지표(KPI) 값의 분포. 왼쪽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RCP 4.5 시나리오이고, 오른쪽은 온실가스 감축노력을 하지 않는 RCP 8.5 시나리오다. 파란색은 1950~1999년의 과거 수치이며, 붉은색은 2050~2099년 미래의 예측값이다. 온난화가 더 심하게 진행될수록, 즉 RCP 8.5 시나리오에서 KPI 값이 더 큰 쪽으로 분포한다. [자료 APEC 기후센터]

특히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하층 대기가 빨리 데워지면서 상층의 기온과 큰 온도 편차를 가져와 대기는 더 정체하게 된다.

또, 육지와 해양 사이의 온도 차이가 감소해 동아시아 겨울철 몬순인 시베리아 고기압이 약화해 한반도로 북서풍 유입이 감소한다는 의미다.

온실가스와 대기오염 동시에 줄여야

중국 네이멍구 석탄화력발전소.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기오염 물질과 온실가스를 동시에 줄여야 한다. [중앙포토]

중국 네이멍구 석탄화력발전소.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기오염 물질과 온실가스를 동시에 줄여야 한다. [중앙포토]

연구를 진행한 이우섭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대기 순환의 변화가 한반도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사례를 증가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온난화가 심해지면 작은 대기오염 배출도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대기오염 배출 저감 노력과 더불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의 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2001~2016년까지 지속해서 감소 추세를 보이나 4일 이상 지속한 고농도 사례의 경우 2001년과 2003년을 제외하고는 감소 경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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