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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인간 여성 출산, 또 있다···"간호조무사가 성폭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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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 중환자실. [중앙포토]

신생아 중환자실. [중앙포토]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14년간 식물인간 상태로 요양병원에 누워있던 한 여성이 최근 출산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거에 있었던 비슷한 사례에도 관심이 쏠린다.

12일(현지시간) NBC방송에 따르면 지난 1995년과 미국 뉴욕 로체스터 인근의 요양원에서 이번 사건과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당시 혼수상태의 29살 여성이 간호조무사에게 성폭행당해 임신했다. 최근 애리조나 주 요양병원에서 일어난 사건과 달리 당시에는 임신 사실이 일찍 발견됐다. 피해 여성 부모는 임신 중절에 반대했고, 아이는 이듬해 태어났다. 아이는 예정보다 일찍 태어났지만, 건강에 지장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식물인간이나 뇌사상태라 할지라도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단 골절이나 척수 손상 같은 신체 부상이 없고, 다른 모든 것은 정상이어야 한다.

1995년 당시 여성을 치료한 제프리 스파이크 버지니아대 의학대학원생명의학윤리인문학센터 겸임교수는 “인지적 관점에서 모든 인간적 특질은 이미 사라진 상태지만, 생물학적으로는 모든 것이 지극히 정상인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레고리 오섀닉 미국 뇌손상협회명예의학국장도 “(식물인간 엄마에게) 골절이나 척수 손상 같은 신체 부상이 없었다면 다른 모든 것은 정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문제는 여전히 생리하느냐인데 (이번 경우) 아마도 그랬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NBC에 따르면 식물인간 또는 뇌사상태 상태로 임신한 여성 중 임신 중 뇌 기능에 빠져 자신과 아이 모두 숨진 사례도 있었다. 이 경우에는 산모와 아이를 모두 살려야 하는가, 둘 중 누구를 살려야 하는가의 문제가 논의된다.

특히 식물인간과 뇌사상태는 상황이 다르다. 식물인간은 뇌의 기능 중에 기본적인 생명 활동을 유지하는 기능이 남아있는 상태를 말한다. 생명유지와 반사중추를 담당하는 뇌간은 살아 있는 상태로 몸을 정상으로 움직일 수는 없을지라도 인공적인 형태의 영양을 공급받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뇌사상태는 뇌의 모든 기능이 정지된 상태다. 뇌의 기능은 상실했지만, 인공호흡기 등을 이용해 폐나 심장 등을 뛰게 한다면 신체의 장기가 생명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 뇌간의 기능이 살아있는 식물인간과 구별된다.

이 때문에 식물인간 산모와 뇌사상태의 산모는 달리 취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병원의 수석 신경외과 의사인 레츠판아흐마디 박사는 “독일에서 뇌사는 죽음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모든 기준은 아기의 생명을 살리고 장기이식에 맞춰져 있다. 반면 식물인간은 살아 있다. 따라서 모든 것은 아기와 산모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해야만 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뇌사상태 산모와 식물인간 산모의 상황을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달 29일 미국에서는 14년간 식물인간 상태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던 여성 환자가 제왕절개로 아이를 출산해 논란이 일었다. 병원 직원들은 이 여성이 임신한 사실을 몰랐고, (출산 즈음) 여성이 신음해 임신 사실이 알려졌다. 미국 경찰은 이 여성이 수개월 전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관계자들은 “이 여성이 성폭행에 저항할 방법이 없었을 것이며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조차 주위에 알리지 못했을 것”이라 말했다. 태어난 아이의 건강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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