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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신의 한수]손흥민 벤치만 있어도 중국 벌벌떤다. 메시-선동열처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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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지난해 8월 아시안게임 당시 팀에 뒤늦게 가세해 조별리그 1차전 바레인전에 벤치를 지켰다. 그리고 손흥민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뉴스1]

손흥민은 지난해 8월 아시안게임 당시 팀에 뒤늦게 가세해 조별리그 1차전 바레인전에 벤치를 지켰다. 그리고 손흥민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뉴스1]

2013년 4월11일 스페인 캄프누에서 열린 바르셀로나(스페인)-파리생제르맹(프랑스)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을 직관한 적이 있다. 당시 경기 최대 관심사는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의 출전 여부였다. 메시는 허벅지 부상 여파로 벤치에서 대기했다.

메시, 벤치만 있어도 두려운 존재 #마치 야구 전성기 선동열처럼 #손흥민, 아시안컵 중국전 출전 논란 #이동거리상 휴식 주는 편이 #워밍업만으로도 중국에 부담 #

파리생제르맹(PSG)은 후반 5분 파스토레가 선제골을 넣었지만 찜찜한 표정으로 상대 벤치를 바라봤다.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1·2차전 합계 3-2로 4강에 진출할 수 있지만, 메시가 마음에 걸린 듯한 모습이었다.

축구천재라 불리는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 [바르셀로나 소셜미디어]

축구천재라 불리는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 [바르셀로나 소셜미디어]

PSG의 우려대로 메시는 야구에서 구원투수가 등판하듯 후반 9분 교체 투입됐다. PSG는 1980년대 한국프로야구에서 선동열을 상대한팀과 비슷한 압박을 받는 것 같았다. 선동열은 전성기 때 불펜에서 몸만 풀어도 상대를 긴장시켰고, 상대는 선동열 등판 전에 점수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 급하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1989년 프로야구 해태 우승 당시 선동열. [중앙포토]

1989년 프로야구 해태 우승 당시 선동열. [중앙포토]

메시의 등장만으로 경기 흐름이 바뀌었다. 동료들에게는 자신감을, PSG에는 부담감을 안겨줬다. 메시는 후반 26분 다비드 비야~페드로로 이어지는 동점골의 시발점 역할을 해냈다. 결국 바르셀로나는 3-3으로 비기면서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4강에 올랐다.

메시는 벤치에 있어도 무섭고, 경기장에 나오니 더 무서웠다. 나도 성남 감독이던 2011년 수원과 FA(축구협회)컵 결승에서 부상 당한 '에이스' 김정우를 교체 멤버로 넣는 위장 전술을 편 적이 있다.

2013년4월11일 바르셀로나 캄프누에서 열린 바르셀로나와 파리생제르맹의 유럽 챔피언스리그를 지켜본 신태용 감독.

2013년4월11일 바르셀로나 캄프누에서 열린 바르셀로나와 파리생제르맹의 유럽 챔피언스리그를 지켜본 신태용 감독.

갑자기 6년 전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 한국축구대표팀 공격수 손흥민(27·토트넘)이 오버랩 되서다. 손흥민이 16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중국과 2019 아시안컵 3차전에 출전할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잉글랜드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은 14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마친 뒤 곧바로 UAE행 비행기에 올랐다. 14일 오전 8시45분경 두바이 공항에 도착해, 차로 1시간 반가량 이동해 아부다비에 입성한다.

대표팀은 14일 오전 11시 훈련이 예정돼 그날 흥민이는 훈련참가가 불가능하다. 손흥민은 중국전을 앞두고 15일 딱 하루 팀동료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다.

지난해 10월 파주에서 열린 훈련 당시 손흥민(왼쪽)과 벤투 감독. 양광삼 기자

지난해 10월 파주에서 열린 훈련 당시 손흥민(왼쪽)과 벤투 감독. 양광삼 기자

손흥민의 중국전 출전여부 최종결정은 벤투 감독의 몫이다. 제3자 입장에서 이래라저래라 언급하기 조심스럽다.

하지만 사견으로 흥민이를 중국전에 출전시키지 않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우선 14일 맨유전에 풀타임을 뛰었다. 국내선이 아니라 국제선을 타고 장거리 이동을 한다. 흥민이가 최근 컨디션이 아무리 좋더라도, 피곤할 때 조금만 무리하면 자칫 부상이 올 수도 있다.

조2위 한국은 만약 중국에 비기거나 지면 조2위로 16강에 진출한다. 8강에서 이란, 4강에서 일본을 만날 수도 있는 ‘가시밭길’이라고 한다.

하지만 13일 아부다비에서 열린 일본-오만전(일본 1-0승)을 경기장에서 직접 지켜보니, 일본은 맞붙어보기도 전부터 두려워할 정도의 전력은 아니었다. 특유의 짧은 패스축구, 이른바 ‘스시타카(스시+티키타카)’가 잘 나오지 않았다.

반대로 우리가 조1위로 올라가더라도 반대편 대진에서 강팀을 만날 수도 있지 않나. 공은 둥글고 어떻게 될지 모른다. 최종목표 우승을 향해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게 중요한 것이다.

중국이 비록 2연승을 거뒀지만, 우리보다 전력이 낫다고 볼 수는 없다. 2006년 월드컵에서 이탈리아 우승을 이끈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명장’이라는데, 중국대표팀에서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우리가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에서 골을 터트린 손흥민. [연합뉴스]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에서 골을 터트린 손흥민. [연합뉴스]

냉정하게 말해 흥민이가 벤치에만 앉아있어도 중국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리피 감독과 중국 선수들은 경기 내내 머릿 속이 복잡해질거다. ‘손흥민이 들어올 수도 있겠네’란 생각을 끊임없이 할거다. 골키퍼 김승규(비셀 고베)도 “우리도 월드컵에서 상대팀 좋은 선수를 보면 겁을 먹은게 사실이다. 상대팀도 흥민이가 들어오면 두려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 흥민이가 중국전에 뛸 수 있다는 뉘앙스를 지속적으로 풍겨주는게 좋다. 거듭 말하지만 난 흥민이가 중국전에 뛰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흥민이가 벤치에서 워밍업만 하더라도 중국이 벌벌 떨 수 있다고 본다. 마치 선동열처럼, 메시처럼.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손흥민. 치비농=김성룡 기자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손흥민. 치비농=김성룡 기자

참, 하나 더. 흥민이는 지난해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에 팀에 뒤늦게 가세했다. 바레인과 1차전에는 벤치를 지켰다. 그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부다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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