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독교 보-혁 대치구도 표면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한국기독교계의 보수·혁신구도가 보다 선명해지면서 조직강화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영악교회에서 창립총회를 갖고 발족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국내 개신교 30여개 교파의 원로·중진이 대거 참여하고 있어 보수적 성격을 가진 기독교단체로서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기총련은 앞으로 기구를 확대하면서 교회내부의 문제와 사회문제에 대해 교회의 일치된 의견을 드러내겠다는 다짐을하고 있는데 이들의 「일치된 의견」은 기존의 기독교연합단체로서 진보적 노선을 유지해 왔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와는 상치되는 부분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기총련 창립을 주도했던 기독교계의 원로 한경직목사(88)는 이 단체의 창립동기를 밝히는 가운데 『우리사회의 혼란에 대처함에 있어 1천만명의 신도를 가지고 있는 기독교가 무능과 무책임으로 일관해왔다는 자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기독교인들이 연합해서 사회안정을 도모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총련에 소속한 「안정」을 강조하는 기독교인사·단체들은 대부분 최근의 문익환목사 방북과 그에 따른 통일논의에서 우리 사회체제의 안정을 위태롭게 할수 있는 성급한 통일논의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혀왔었다. 이같은 입장은 최근 미국NCC의 주선으로 워싱턴에서 북한교회인사들과 만나 통일문제와 남북기독교인 교류에 대해 합의해가고 있는 KNCC의 자세와는 분명히 대치되고 있다.
KNCC는 문목사 방북에 대해 민간 차원의 대북접촉 노력은 확대되어야 한다는 기본 입장아래 중요한 통일노력의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교단의 입장은 반공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지만 공산체제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한 다음 신중하게 통일 논의를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은 앞으로▲기독교의 친교와 연합▲국가문제에 대한 대처▲사회문제에 관한 활동등의 부분에서 조직을 만들어나갈 예정이고 이들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성명을 채택하거나 직접 참여해나갈 계획이다.
보수적 기독교인사들은 보수세력들이 그동안 함께 뭉쳐 일치된 소리를 내는데 소극적이었다고 느끼고 있다.
기총련 준비위원이었던 최창근장로는 『한국교회 부흥의 역사는 자랑할만 하지만 교회분열로 인해 대사회발언권이 약해진 것은 기독교계의 치명적 약점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보수노선의 기독교단체로는 지금까지▲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 ▲한국개신교교단협의회 ▲한국기독교보수교단협의회 ▲한국예수교협의회 ▲한국기독교교역자협의회등 여러단체가 있어왔으나 통일된 결집력을 과시하지는 못했다.
이번 기총련의 발족이 기독교 보수세력의 구심점으로 확실히 자리잡게 될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발족의 시기가 보·혁대립의 우려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때이기 때문에 비중이 커질 것이라는 추정을 하기는 어렵지 않다.
KNCC와 대립되는 단체가 아닌가하는 일부의 우려에 대해 기총련측은 단호히 부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상임준비위원이었던 임인식목사는『KNCC에 6개교파가 참여하고 있는등 기존의 기구들이 전체교파를 망라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총연합회는 모든 교회가 하나되어 교회 안팎의 문제에 보조를 맞추어 나가자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최창근장로는 『총연합회를 통해 교회내의 보·혁갈등, 사회문제에 대한 시각차가 어느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