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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 목표는 美국민 안전" 폼페이오 '북핵 속내' 파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 국민의 안전이다."

인터뷰에서 북 비핵화' 보다 '미 국민 안전' 먼저 거론 #2차 북미정상회담 앞두고 북한과 'ICBM 빅딜' 해석도 #갈루치, "북 ICBM 폐기, 미 일부 제재완화' 나쁘지 않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이 한마디가 미묘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폼페이오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대표급 회담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북한 비핵화'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거'쪽으로 미국의 대북 협상 스탠스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동·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폼페이오 장관은 11일 현지에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제재를 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에서 진전을 이루고 있다. 미국민들에 대한 위험을 어떻게 하면 계속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들을 대화를 하고 있다. 궁극적으론 미국 국민의 안전이 목표(at the end that’s the objective; it’s the security of American people)"라고 말했다.

물론 폼페이오는 이 말을 한 뒤 북한 비핵화 방식과 관련해 "최종적이고 완전한 비핵화에 도달해야 한다" "(북한이 제재완화를 받으려면 핵무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핵심 명제로부터 단 하나의 변화도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국제 전문가들에 의해 검증된 완전히 비핵화된 북한"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북한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동하고 있다. [사진 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캡처]

지난해 10월 북한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동하고 있다. [사진 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캡처]

다만 2차 북미정상회담이 임박한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 협상 책임자인 폼페이오가 북한 비핵화에 앞서 미국 국민의 안전을 '궁극적 목표'라는 단어를 쓰며 우선순위를 둔 데 대해 주목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미 본토에 대한 북한의 미사일 위협 문제만 해결되면 (북한과의) 합의를 수용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자아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트럼프 행정부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라고 규정하는 대신 (정의가) 불분명한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가능한 비핵화)란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미국의 대북 협상 목표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었다"며 "(이번 폼페이오의 발언처럼) 그렇게 하는 것은 일본과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어협정을 깨뜨릴 수 있는 우려도 함께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철 폼페이오 뉴욕 고위급회담

김영철 폼페이오 뉴욕 고위급회담

이에 앞서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지난 9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최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 비핵화'란 표현 대신 '미국에 대한 위협 제거'란 표현을 쓰고 있다"면서 "달성하기 어려운 비핵화 목표 대신 ICBM 제거 쪽으로 대북 정책이 수정된 것일 수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을 한 미국이 대외적인 명분으론 북한 비핵화를 유지하면서 실질적으론 '북한의 ICBM 폐기+ 핵 동결+ 북핵 비확산' 선에서 북한과 타협을 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나아가 오는 2~3월 경으로 예상되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북한에 던지는 새로운 메시지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량살상 무기 조정관은 VOA에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는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라며 "하지만 이는 단계적으로만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고 말했다. 즉 북한의 비핵화가 궁극적 목표이긴 하지만, 미 정부로선 일단 과도기적 단기 목표로서 '미 본토에 대한 직접적 위협의 제거'를 우선 순위에 둔 것 같다는 설명이다.

다만 '과도기 목표'라고 해도 북한 쪽이 ICBM 카드로 비핵화 협상을 최종적으로 마무리지으려는 작전으로 나올 가능성도 제기될 수 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도 "미국이 ICBM 제거의 대가로 대북 제재를 완화하면, 미국은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게끔 하는 협상력을 잃게 된다"고 우려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는 VOA에 "미국이 북한과 ICBM을 제거하는 수준에서 북한과 합의를 한다면 국제안보를 무너뜨리고 한·일과의 동맹이 훼손될 것이라는 사실은 미 행정부도 잘 알고 있으며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 특사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 특사

다만 갈루치 전 특사는 "미북 협상이 진전을 보기 위해선 양측이 모두 선제조치를 내놓아야 한다"며 "북한이 먼저 탄도미사일 관련 조치를 취하고, 미국은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일부 제재 완화 조치를 내놓는다면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북한의 핵무기 폐기가 먼저 시작되건, 혹은 ICBM 탄도미사일 제거를 우선시 하건, 모든 절차가 결국 북한 비핵화로만 이어진다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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