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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전문병원이 부족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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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밝은 미래를 열어갈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질병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소아병원」의 확충이 시급하다.
미국·영국·일본 등에서는 소아병원내에 소아과·소아외과·소아흉부외과 등 전문과외에도 「청소년의학과」를 따로 두고 신생아부터 20세까지의 청소년에 대한 전문적인 진료를 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어린이 3차 병원으로 고작 서울대병원 소아병원(소아진료부) 한군데만을 갖추고 있다.
그나마 소아병원의 진료 및 입원대상이 만15세 이하로 한정돼 있어 한창 성장단계에 있고 감수성이 예민한 15세 이상 청소년들은 어른들 틈에 끼어 진료적체현상에서 오는 불편 등을 고스란히 겪고있는 실정이다.
국립의료원 소아과 손근찬 박사(진료부장)는 『소아환자들의 질병은 난치성이거나 특이한 것이 많기 때문에 소아를 「어른의 축소판」으로 보는 시각은 의학적 관점에서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청소년입원환자들이 어른들과 같은 병실을 쓰는 경우 복잡한 사회·섹스 등에 관한 쓸데없는 이야기를 듣는 등 교육적으로도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15세 이하의 어린이만 해도 전체인구의 30%를 차지하고 있어 소아병원의 확대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사립대병원에서 소아병원을 독립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예산부족·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번번이 구상단계에서 무산됐다는 것.
소아병원은 ▲어린 환자들에게 부작용이나 부담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내과 등과는 달리 꼭 필요한 검사만 하고 ▲투약량도 최대 약 10분의 1까지 줄이기 때문에 검사나 투약에 따라 취하는 이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점이 기피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아병원의 확충을 위해서는 정부당국의 과감한 투자나 선진국처럼 사회단체·기업 등의 기부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소아병원환자의 질병패턴은 성인환자와 크게 다르다.
서울대의대 김성덕 교수(소아수술실장)가 86∼88년 소아수술환자 1만2천2백여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흉부외과환자가 17%로 소아외과환자(24%)보다는 적으나 성인에 비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의대 노준량 교수(소아흉부외과)는 『흉부외과환자는 성인의 경우 폐·식도 등 일반흉부외과질환과 혈관심장질환이 거의 비슷하나 소아환자는 대부분 심장질환』이라며 소아질환의 특수성을 강조한다.
때문에 『병리검사에서도 백혈병 등과 같은 소아특유의 질병에 대한 깊은 지식과 연구가 필요하다』(지제근·서울대 소아병리과장)는 것이다.
소아병원의 확충필요성과 함께 ▲소아수술실의 적정화 ▲사춘기 소녀들을 위한 「소아부인과」와 「청소년의학과」의 설치도 절실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소아진료부의 가동 병상수가 2백50여개로 수술실의 숫자는 전체병상의 5%(13개)를 갖추는 것이 적절하나 현재는 8개에 불과, 적정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는 것.
장윤석 서울대교수(산부인과)는 『소아병원이 15개의 진료 및 지원과를 설치하고 있으나 소아생식학분야가 빠져있어 흠』이라고 지적한다.
외음질염·기형 등을 가진 어린 환자들이 일반 산부인과에서 어른들과 같이 진료 받고있어 「소아부인과」의 신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립의료원 손 박사는『소아병원의 추가설립으로 소아들에 대한 진료의 질을 높이고 외국처럼 청소년의학(사춘기의학)을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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