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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더러운 잠’ 그림 부순 예비역 제독에 벌금 100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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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 [중앙포토]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 [중앙포토]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을 파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해군 예비역 제독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 10단독 김영아 판사는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예비역 제독 심모(65)씨와 A씨(60)에게 각각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심씨는 지난해 1월 24일 오후 2시 35분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 전시된 그림 ‘더러운 잠’을 벽에서 떼어낸 후 바닥에 던져 액자를 부순 혐의를 받는다. 같은 자리에 있던 A씨는 그림과 액자를 떼어낸 뒤 손으로 그림을 잡아 구긴 것으로 조사됐다.

‘더러운 잠’은 프랑스 인상파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그림으로 최순실이 하녀로 등장하는 배경으로 침대에 누워 있는 여성의 나체에 박 전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했다. 이는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주최한 전시회에 내걸렸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들은 그림을 그린 작가와 전시회를 주최한 표 의원의 무책임한 태도가 분노를 유발했다며 그림을 파손한 정도가 심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공소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또 ‘더러운 잠’은 예술적 가치가 전혀 없거나 음란한 도화에 불과하며, 해당 그림이 박 대통령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성적수치심을 유발하기에 자신들의 행위는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김 판사는 공소권 남용 주장과 관련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인다 해도 불법행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며 “검사의 기소가 재량권을 일탈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논란의 대상이 된 그림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고 해서 개인이 폭력적 방법으로 그 견해를 관철하는 것은 법이 허용하는 바가 아니다”며 이들의 행동을 정당방위나 정당행위로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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