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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아동문학사전」나온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세계 최대 규모의 『세계 아동문학사전』이 국내에서 출간된다. 이재철교수(단국대국문과·한국현대아동문학가협회회장)가 각고의 노력 끝에 완성한 이 사전은 계몽사에 의해 이 달 안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64년 제가 처음 아동문학 강의를 맡았을 당시 아동문학에 대한 개론서 한권 없었습니다. 그때 『아동문학개론』을 집필하면서 아동문학사전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틈틈이 자료를 수집, 78년부터 본격적으로 집필에 몰두했습니다.』
아동문학 전공으로는 국내 최초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 교수는 이 사전 완성에 26년을 매달렸다.
82년 위암으로 위를 완전히 도려냈음에도 불구, 이 사전이 아동문학을 위한 필생의 작업임을 통감, 죽을 시간조차도 없었다는 이 교수는 저작권에 관계없이 출판사에서 전문연구가를 동원해 끈임 없이 이 사전의 개정증보판을 만들어내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사전으로 남길 바란다.
아동문학사전으로는 일본·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가 될 이 사전의 출간은 그동안 이론 및 비평의 부재로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던 우리 아동문학에 발전적 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사전은 ▲한국인명 6백89명 ▲외국인명 7백66명 ▲용어·사항 2백96건 ▲국내작가 작품해설 7백32건 ▲외국작가 작품해설 1백90건 등 총2천6백73건을 4×6배판 7백 페이지에 싣고 있어 아동문학사전 중 세계 최대규모다.
또 공산권은 물론, 북한의 자료도 수용했고 70년대까지의 자료만 수용한 일본·독일사전에 비해 88년 말까지의 자료를 담고 있어 내용면에서도 세계 최고의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특기할만한 점은 다른 외국사전이 성인을 대상으로 했기에 사진 및 삽화에 소홀했던 반면, 『세계아동문학사전』은 국내·외 아동문학가 인물사진 및 주요작품의 삽화 등 1천여점의 사진을 수록해 성인은 물론, 아동들도 친숙히 접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부록으로는 ▲나라별 아동문학사 ▲한국아동문학가 연도별 등단 일람표 ▲한국아동문학상 수상자 일람표 ▲한국아동문학서지 ▲세계아동문학 연구문헌 ▲세계아동문학사 연표 등을 실었다.
『어린이는 오늘을 살면서 내일을 살아갈 사람입니다. 따라서 어린이를 생각하는 것은 미래인류에 관심을 두는 것이고 미래인류에 관심을 갖는 것은 곧 오늘의 인류가 이루지 못한 이상을 내일에 실현하겠다는 의지이지요.』
우리가 이루지 못한 꿈을 위해 아동문학에 뜻을 뒀다는 그는 때문에 아동문학에서는 예술성 못지 않게 교육적 기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동문학은 인격 형성기에 있는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그들에게 정신적 자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야 돼요. 호기심이나 흥미만을 유발시키려 한다면 그것은 자라나는 아동에게 불량식품보다 훨씬 치명적이고 지속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습니다.』
나쁜 아동문학을 불량식품에 비유한 이 교수는 불량식품에는 예민하게 반응하면서도 불량아동도서에는 둔감한 사회풍조를 개탄했다.
『요즘 명랑소설이나 성교육 동화 등이 많이 읽히고 있는 것 같더군요.
그러나 인위적으로 사건을 조작, 치기 어린 실수나 기상천외한 장난으로만 몰고 가 흥미를 유발시키는 명랑소설이나 성교육의 위험수위를 넘어 아동들의 호기심에 영합하는 성교육동화가 올바른 아동 문학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명랑소설이나 성교육 동화가 종합베스트셀러 수위를 차지하며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는 작금의 아동독서 실태에 대해 그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무분별한 출판 상업주의와 부모의 무관심을 개탄했다.
『고도산업사회에서 부모들의 과잉보호로 무력감에 빠진 어린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슬기로운 정신력을 길러주는 것이 오늘 아동문학이 떠맡은 역할입니다. 그리고 출판상업주의에 오염되지 않도록 부모와 함께 책을 고르고 같이 읽도록 해야 합니다. 당신의 꿈, 아니 우리의 꿈인 어린이가 오염되지 않고 싱싱하게 자라게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이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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