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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가차없다, 선수 156명 성범죄 주치의에 징역 175년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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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래리 나사르. [AP=연합뉴스]

래리 나사르. [AP=연합뉴스]

“피고인에게 징역 175년, 2100개월 형을 선고합니다. 당신은 감옥 밖으로 걸어서 나갈 자격이 없습니다.”

한국은 통상 5~7년형 선고

지난해 1월, 54세의 미국인 래리 나사르에게 사실상 종신형을 선고한 판사가 한 말이다. 나사르는 겉으로는 미국 체조 대표팀의 건강을 관리하면서 실상은 치료를 빙자해 성범죄를 저지르는 ‘두 얼굴의 주치의’였다. 그가 손을 댄 선수는 법정에서 인정된 것만 156명에 이른다. 피해자 중에는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며 미국의 간판 체조 스타로 떠오른 선수들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끔찍한 일을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웠다”며 고통으로 인해 자해를 하거나 정신치료를 받은 경험을 법정에서 증언했다. 미국체조협회 등 관련 기관 인사들이 줄사퇴하고 배상금만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미 체육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사건이었다.

법조계에선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 선수가 성폭력 가해자로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를 지목하면서 ‘한국형 나사르’ 사건으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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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선수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조 전 코치는 중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상 강간상해는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어 일반적인 강간죄(3년 이상의 유기징역)보다 법정형이 높다.

최주필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는 “미성년자를 수년간 성폭행한 경우 사실상 사형죄 다음으로 중한 범죄라고 인식된다”며 “5년 이상의 중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신진희 변호사(법률구조공단 피해자국선전담)도 “비슷한 사례에서 당사자와 합의하면 5년, 가해자가 잘못을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으면 7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다만 미국만큼 수십년의 형을 받을 가능성은 작다는 게 법조인들의 의견이다. 한국은 한 사람이 여러 가지 범죄 사실을 동시에 다발적으로 했을 경우 각 죄의 형량을 그대로 더하지 않고, 가장 중한 죄의 2분의 1까지 가중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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