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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신의 한 수] ‘손’ 쓸 일 없게 잘 부탁해, 황삼 트리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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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축구대표팀 공격수 황의조가 8일 끝난 아시안컵 1차전에서 슛을 쏘고 있다. 황의조는 같은 황씨인 황희찬, 황인범과 함께 2연승을 노린다. [연합뉴스]

축구대표팀 공격수 황의조가 8일 끝난 아시안컵 1차전에서 슛을 쏘고 있다. 황의조는 같은 황씨인 황희찬, 황인범과 함께 2연승을 노린다. [연합뉴스]

키르기스스탄. 발음만큼이나 생소한 나라다. 국토의 90%가 산인 나라이지만, 과거 실크로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동서 문명의 교역로라고 나온다.

한국, 내일 키르기스스탄과 2차전 #조 1위로 16강 가려면 크게 이겨야 #중국전 손흥민 아끼면 이후 유리 #1차전 황희찬·황의조 합작 결승골 #황인범까지 연결되는 작품 기대

인구 621만 명인 키르기스스탄이 14억 인구의 중국과 대등하게 싸웠다. 키르기스스탄은 7일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중국에 1-2로 졌다. 골키퍼의 황당한 자책골만 아니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지 모른다.

한국은 12일 오전 1시(한국시각) UAE 알 아인에서 열리는 조별리그 2차전에서 키르기스스탄을 상대한다. 그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우즈베키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지만, 전혀 다른 스타일의 축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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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전에서 중국에 1-2 역전패를 당한 키르기스스탄. [AP=연합뉴스]

1차전에서 중국에 1-2 역전패를 당한 키르기스스탄. [AP=연합뉴스]

우즈베크 수비는 포백인데, 키르기스스탄은 스리백이다. 보통 3-1-5-1 포메이션을 쓰다가, 수세 때 5-1-3-1 포메이션으로 전환한다. 특이한 점은 스리백 앞에 원 볼란치(수비형 미드필더)를 세운 건데, 볼란치 에드가 베른하르트가 공격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좌우 윙백인 베크잔 사긴바에프와 카이라트 지르갈벡 울루가 깊숙이 전진한다. 한국이 1차전에서 만난 필리핀처럼 수비만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국은 2차전에서 이기면 적어도 조 2위는 할 수 있어 16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한다. 한국은 현재 중국에 다득점에 뒤진 조 2위다.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해야 향후 대진과 이동 거리 등에서 유리하다. 큰 점수 차의 승리가 필요하다. 키르기스스탄은 1차전에서 후반 20분 이후 급속한 체력 저하를 보였다. 또 볼란치와 양쪽 윙백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 때문에 뒷공간이 넓다. 그걸 공략할 필요가 있다.

황희찬. [연합뉴스]

황희찬. [연합뉴스]

황인범. [연합뉴스]

황인범. [연합뉴스]

무엇보다 ‘황삼 트리오’ 황의조(27·감바 오사카)-황희찬(23·함부르크)-황인범(23·대전)을 믿는다. 필리핀전에서 왼쪽 날개 황희찬의 크로스를 원톱 공격수 황의조가 결승골로 연결했다. 황인범은 다친 기성용(30·뉴캐슬)을 대신해 투입됐는데, 키르기스스탄전에도 나올 것 같다.

황희찬은 내가 2016년 리우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할 때의 제자다. 그 당시 황희찬의 투박한 플레이를 지적한 분이 있었다. 난 오히려 저돌적이고 투박한 그의 플레이가 상대에게 위협적이라고 생각한다. 황인범의 킬패스를, 황희찬이 받은 뒤 파고들다가, 황의조가 마무리하는 그림을 그려본다.

키르기스스탄과 성인팀(A팀) 간 대결은 없었다. 다만 23세 이하 대표팀이 나간 지난해 8월 20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이 1-0으로 이겼다. 당시 ‘황삼 트리오’가 모두 출전했고, 결승골은 손흥민(27·토트넘)이 발리슛으로 장식했다.

‘조 1위’ 외에도 키르기스스탄전 대승이 필요한 이유가 또 있다. 조별리그 3차전 중국전(16일 아부다비) 때 손흥민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그 경기(13일)를 치르고, 당일 밤 UAE 행 비행기에 오른다. 연결편 문제로 14일 두바이에 내려 1시간 30분가량 차량편으로 아부다비로 이동한다. 장거리 이동 직후 경기를 하면 무리가 따를 수 있다. 게다가 중국은 거친 파울의 ‘소림축구’로 악명이 높지 않은가.

키르기스스탄에 크게 이기면, 손흥민은 중국전 때 휴식을 취하며 벤치에서 동료들을 응원할 수 있다. 한국 목표는 16강 진출이 아니라 우승이다. 손흥민이 16강전부터 나선다면 더 좋은 컨디션으로 뛸 수 있다.

선수들이 첫 경기 때 긴장했던 것처럼, 나 역시 첫 경기 중계 때 긴장했다. 팬들에게 편하고 쉽게 다가가지 못한 점은 죄송하다. 선수들처럼 경기할수록 더 좋아지도록 노력하겠다.

알 아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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