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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논란 재점화된 가덕도 신공항, 실현 가능성은 있나?

중앙일보

입력

지난 6·13 지방선거 때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공약한 오거돈 부산시장. 송봉근 기자

지난 6·13 지방선거 때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공약한 오거돈 부산시장. 송봉근 기자

“바닷길·땅길·하늘길이 시작되고 끝나는 부산의 경제 재도약을 위한 대전제가 제대로 된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이다.”

오거돈 시장, 가덕신공항 추진 강한 의지 #정치·경제계 등 가세,최대 이슈로 떠올라 #“국무총리실 검증 거쳐 신공항 방향 결정” #국토부,“김해 신공항 문제 없다” 강행의사 #대구·경북권,“대응 필요 못느껴”반대여전

오거돈 부산시장은 10일 부산의 한 호텔에서 열린 ‘부산지역 경영자 신년 조찬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오 시장은 “시는 총력전을 벌일 각오가 돼 있으니 경영인 여러분이 부산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나서주실 것을 절박하게 요청한다”고 했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공약한 오 시장이 올해 들어 가덕 신공항 건설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부산·경남의 정치·경제·언론계도 이에 가세하면서 가덕신공항은 지역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김해 신공항 건설을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대구·경북권도 여전히 가덕신공항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4일 김해에서 열린 부산·울산시와 경남도가 공동구성한 김해신공항 검증단의 회의 모습.[사진 김해신공항 검증단]

지난해 12월 24일 김해에서 열린 부산·울산시와 경남도가 공동구성한 김해신공항 검증단의 회의 모습.[사진 김해신공항 검증단]

동남권(영남권) 관문공항 건설을 놓고 10년을 끌어온 논란과 지역갈등이 2016년 6월 김해 신공항 건설 결정으로 봉합되는 듯했으나 가덕 신공항 여론이 불거지면서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김해 신공항 건설은 현 김해공항에 새 활주로 1개(3.2㎞)와 국제선 터미널을 신축해 2026년 개항하는 것이다. 상반기 정부의 기본계획 확정·고시를 앞두고 있다.

‘불붙은’ 가덕신공항

 김경수 경남지사는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김해 신공항을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면 재검토하고 새 입지를 신속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신공항 입지에 대한 개인 의견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고, 가덕신공항도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취임 이후 공동 검증단에서 김해 신공항 문제점을 검증해온 부산·울산·경남 3명의 시장·도지사는 김해 신공항이 동남권 관문공항 역할을 할 수 없다며 국무총리실이 검증해 올 상반기 중 신공항 방향을 확정 짓자고 주장한 바 있다.

국토부의 김해 신공항 건설 계획도.[부산시]

국토부의 김해 신공항 건설 계획도.[부산시]

더불어민주당 민홍철(김해갑·경남도당위원장) 국회의원도 지난 7일 개인 의견임을 전제해 “김해공항 확장이 아닌 가덕신공항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제기된 소음·안전문제 외에 공항이용객 산정 오류 등 다양한 문제가 불거져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권에서 앞다퉈 김해 신공항의 대안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부산상의는 올해 추진할 10대 핵심사업의 첫 번째 사업으로 가덕신공항 건설을 제시했으며, 부산지역 교수·전문가 100여명은 ‘신공항 교수회의’를 구성해 1인 시위에 나서는 등 오 시장의 가덕신공항에 힘을 보태고 있다. 가덕도와 가까운 경남 거제주민도 지난해 11월 ‘가덕신공항 건설 촉구 모임’을 구성해 활동에 들어갔다. 이와 달리 군·민간겸용 공항이 있는 경남 사천시 주민들은 사천에 새 국제공항을 유치해야 한다며 활동 중이다.

김해 신공항, “관문공항 된다, 안된다” 엇갈려

부산시는 김해 신공항이 그동안 주장해온 ‘24시간 운항 가능한 안전한 관문공항’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관문공항이란 유사시 인천공항을 대체할 수 있는 공항이다. 또 신설 활주로 3.2㎞는 미주·유럽노선 운항이 어려워 최소 3.5㎞ 이상 돼야 하고, 김해공항은 소음문제 등으로 오후 11시부터 오전 6시까지 운항이 금지돼 있어 신공항 건설 뒤에도 24시간 운항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동남권 관문공항 추진경과.자료:부산시

동남권 관문공항 추진경과.자료:부산시

또 인근 임호산·경호산 같은 장애물 6600만㎡가 발생해 이를 깎는데 2조9000억원이 들고, 깎지 않으면 2002년 4월 발생한 중국 민항기의 김해 돗대산 충돌사고(사망 129명) 같은 사고가 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새 활주로 건설에 따른 서낙동강 지류인 평강천의 유로 변경, 인근에 건설 중인 에코델타시티의 고도제한, 군용 비행기 훈련에 따른 소음피해구역 확대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김해 신공항 예정대로

국토부는 기본계획 용역 결과 활주로 3.2㎞도 미주·유럽노선을 제한 없이 운영할 수 있고, 이주단지 조성과 주민지원 대책 등으로 소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2056년 여객수요는 부산시 주장 3800만명보다 적은 2814만명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김해 신공항 건설계획에 변경이 없다는 입장이다.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중대한 오류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부·울·경 주장 가운데 합리적으로 수용할만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국토부 신공항 기획과 관계자는 “김해 신공항 관련 입장이 바뀌거나 변경 사유가 발생했다고 보지 않는다. 예정대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덕신공항, 대구·경북 반대 여전 

김진상 대구시 통합 신공항추진본부장은 10일 중앙일보 기자에게 “국토부가 변함없이 가덕 신공항은 불가능하다는 명백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 않으냐”며 “그런 만큼 가덕신공항 재추진에 공식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가덕 신공항에는 반대한다는 뜻이다.

김해 신공항 건설계획도.[부산시]

김해 신공항 건설계획도.[부산시]

대구시의 한 간부도 “영남권 관문공항 건설문제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는 일이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이다. 시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복잡하고 섬세한 과정을 거쳐 결정한 국책사업을 뒤바꾸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게 대구시 관계자의 전언이다. 대구시는 가덕신공항 건설과 관계없이 동구 소음문제 등이 있는 대구국제공항(민간·군 겸용)을 경북지역 등 외곽에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신공항, 국토부 협조 없이 불가능

가덕 신공항 건설은 국민 여론을 다시 수렴하고 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 국책사업으로 추진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부산시가 국토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민자유치사업으로 추진하더라도 민자사업 추진 여부를 승인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신공항 건설 때 필수인 고속도로·철도 같은 주변 교통망 확충도 국토부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 부산시 관계자는 “검토 결과 정부가 반대하면 가덕 신공항 건설은 불가능하다”며 “김해 신공항 문제점을 근거로 정부를 설득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부산·대구=황선윤·김윤호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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