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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고래고기 환부사건 제2막…담당검사 “떳떳” vs 경찰 “불법 증거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밍크고래 불법 포획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울산해양경찰서. [중앙포토]

밍크고래 불법 포획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울산해양경찰서. [중앙포토]

“마지막 퍼즐 조각만 남았다. 고래고기 환부사건 담당 검사가 경찰 수사에 응하기 시작한 만큼 수사를 마무리하고 검찰에 송치할 것이다.”

울산경찰청, 담당검사 제출한 서면 진술서 검토 후 검찰에 송치 #검찰 “법과 원칙대로 고래고기 환부…사건 넘어오면 절차대로 진행”

울산 고래고기 환부사건을 수사 중인 변동기 울산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1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변 대장은 “지난 6일 환부사건 담당 A검사가 제출한 서면 진술서를 현재 검토 중”이라며 “A검사는 여전히 합법적으로 유통업자에게 돌려줬다고 주장하지만 (경찰은) 환부 과정이 적합하지 않았다는 자료를 갖고 있다. 최종 검토 후 해당 사건을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5월 이 사건을 담당했던 A검사는 경찰에 압수된 불법포획 밍크고래 고기 27t(40억 원 상당) 중 21t을 유통업자에게 돌려주라고 했다. 경찰이 검사 측의 직무유기가 있었는지 수사하던 중 A검사는 2017년 12월 캐나다로 해외연수를 떠났다. A검사가 지난해 12월 말 업무에 복귀하면서 경찰 수사가 재개됐다.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A검사는 A4 용지 3~4장 분량의 서면 진술서에서 고래고기를 유통업자에 돌려준 과정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원칙과 절차대로 고래고기를 돌려줬다’는 원론적인 답변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변 대장은 “고래고기 환부사건의 수사는 이미 다 끝난 상태”라며 “사건 대상자인 A검사가 해외연수를 가는 바람에 사건 마무리를 못 했을 뿐이었다. 서면 진술서가 접수된 만큼 조만간 수사를 마치고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압수한 밍크고래 고기 27t을 두고 경찰과 검찰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왼쪽부터) 울산지방경찰청, 울산지방검찰청 전경. [연합뉴스]

압수한 밍크고래 고기 27t을 두고 경찰과 검찰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왼쪽부터) 울산지방경찰청, 울산지방검찰청 전경. [연합뉴스]

검찰로 송치되면 울산지검 형사4부에서 이 사건을 맡는다. A검사는 현재 울산지검 형사1부 소속이다. 울산지검 관계자는 “경찰에서 사건이 넘어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며 “경찰이 제출한 증거가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검찰에 최초 고발한 환경단체는 A검사의 기소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는 “울산지검은 ‘떳떳하고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며 “진실 규명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던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이 대전경찰청장으로 가는 바람에 검찰의 외압을 막아낼 수장이 없다”고 말했다.

황 청장은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단장 출신으로 검찰의 수사권, 기소권 분리를 주장해왔다. 황 청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고래고기 환부사건의 실체를 명명백백하게 밝혀내겠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지난해 12월 4일 취임한 박건찬 울산경찰청장은 고래고기 환부사건에 대해 ‘내용을 파악해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환경단체는 이 사건의 피의자인 고래고기 유통업자가 선임한 변호인에 대한 전관예우 의혹 수사에 희망을 걸고 있다. 조 대표는 “울산지검에서 환경 분야를 담당했던 변호인이 검찰과 고래고기 유통업자와의 연결고리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과정에서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는지 경찰 수사로 밝혀진다면 검찰과 유통업자와의 관계 여부가 일부 드러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울산지방경찰청 앞에서 핫핑크돌핀스 회원들이 압수한 고래고기를 포경업자들에게 되돌려준 울산지검 검사를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울산지방경찰청 앞에서 핫핑크돌핀스 회원들이 압수한 고래고기를 포경업자들에게 되돌려준 울산지검 검사를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단체는 이 사건을 계기로 국내 고래고기 유통 전반에 대해 점검해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일본은 지난해 12월 국제포경위원회를 탈퇴한 데 이어 오는 7월부터는 상업적 고래고기를 재개한다. 국내 해역에는 총 1600마리의 밍크고래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 대표는 “정부가 6개월 안에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국내 서식하는 밍크고래가 일본의 상업적 포획으로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내 고래고기 보호망이 허술하다는 점이 드러난 만큼 고래고기의 불법 유통망을 차단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울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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