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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정두언은 살아남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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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영선 기자 중앙일보 팀장
전영선 산업1팀 기자

전영선 산업1팀 기자

지난해 말 정두언(61) 전 의원이 서울 마포구에 일식집을 냈다는 소식에 한숨이 났다. 그는 “노후 생계를 마련하기 위해” 음식점을 냈다고 했다. 어느 정도의 절박함인지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의 결정을 보니 대학입시에 성공하건 실패하건, 전공이 문과이건 이과이건 ‘치킨집 개업’으로 수렴된다는 ‘한국형 커리어 개발 다이어그램’이 생각났다.

과연 정 전 의원의 노후대책은 빛을 볼까.

보도를 살펴보면 본인조차 회의적인 것 같다. 그는 “종업원 한 달 인건비가 3000만~4000만원에 달해 견디기 어렵다”고 했다. 자영업자의 위기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경기가 좋지 않아 외식이 줄고 있다. 지난해 성인 1인당 월평균 외식비는 29만2698원(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이다. 전년보다 1만1000원 줄어든 액수다. 치킨, 배달 외식과 같은 저렴한 선택이 주종이다. 찾아가는 방문 외식 빈도는 월 13.7회로 전년(15.1회)보다 줄었다. 대부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어 주요 외식장소라고 해봤자 구내식당이나 패스트푸드점이다. 그럴듯하게 먹을 수 있는 반조리 식품을 이용해 집에서 기분만 내는 소비자도 늘었다. 오후 6시에 컴퓨터가 꺼지는 직장이 늘면서 직장 저녁 회식은 하지 않는 것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단체 회식 장소로 사랑받던 삼겹살집이나 고깃집, 일식집은 더는 저녁 대목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이 모든 상황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 먹는 장사는 어지간한 각오나 음식에 대한 애정 없이는 생존하기 힘든 전쟁터다. 전국 음식점 수는 72만1979곳(2017년기준)으로 인구 72명당 1개꼴이다. 선진국의 5~8배 수준이다. 프랜차이즈 사업체 난립에 따라 진입 장벽이 거의 없는 요식업소는 많이 생기는 만큼 쉽게 망한다. 개인사업자가 99.3%인 숙박·음식점업의 1년 생존율은 61%, 5년 생존율은 18.9%(통계청)다. 10곳 중 4곳은 1년 안에, 8곳은 5년 안에 두 손을 든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런데도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뒤 생계유지가 어려운 중장년층은 요식업에 뛰어든다. 포화상태인 요식업 상황을 보면 이는 전체가 공멸하는 지름길이다. 혹시 주변에 소중한 은퇴자금을 품고 요식업 창업 설명회를 찾아다니는  지인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말려야 한다. 특히 50대 이상이라면 더욱 열심히 설득해야 한다. 인건비 부담이 갈수록 커질 전망이라 사업주가 종일 일해야 조금이라도 남길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체력에 부담이 가해져 없던 병을 얻을 가능성도 높다. 이래저래 요식업 투신은 중장년 노후대책으로는 최악의 선택인 듯하다.

전영선 산업1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