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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심석희 선수의 충격적인 성폭행 피해 폭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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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심석희 측은 “지도자가 상하관계에 따른 위력을 이용해 폭행·협박을 가하면서 만 17세인 2014년 이후 4년 동안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미성년자 때 성폭행이 시작됐다는 얘기다. 현재 조재범은 심석희를 포함해 4명을 상습 상해한 혐의로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받고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심석희는 가족에게까지 성폭행 사실을 숨겨 왔으나 조재범의 반성 없는 모습을 보고 추가 폭로를 결심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조재범은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하고 있으나, 경찰은 그로부터 휴대전화와 태블릿PC 등을 넘겨받아 수사 중이다.

심석희의 폭로로 그간 체육계 고질병의 하나로 지목돼온 여성 선수에 대한 성폭력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국 체육계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코치와 선수라는 위계 아래 선수들은 피해를 당하고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모처럼 피해자가 입을 열어도 체육계 특유의 폐쇄주의, 남성중심주의를 넘지 못했다. 지난해 3월 국가대표 리듬체조 상비군 감독인 이경희 코치가 전직 대한체조협회 간부에게 오랫동안 성추행당했다고 폭로했지만 유야무야됐다. 가해자는 경미한 처벌에 그쳤고, 이 코치만 2차 가해까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문체부는 즉각 체육계 성폭력 비위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체육계 성폭력 가해 시 영구제명을 확대하고,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 피해 사례를 전수조사하겠다는 내용이다. 그간 정부의 성폭력 피해 근절 대책이 공염불에 그쳤던 사실에 비추어, 이번에는 반드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기를 촉구한다. 여론도 들끓고 있다. 경찰 조사로 하루빨리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고 사실이라면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야 마땅하다.